이 모든 걸 느끼게 해주는 집은 몸과 마음의 안식처다.
어제부로 우리는 스미냑에서 본격 한달살이를 시작했다. 짐바란에서부터 우붓과 로비나를 거쳐 오기까지 이미 3주간의 시간을 발리에서 보냈음에도, 새로운 동네에선 다시 새롭고 낯설다. 같은 하나의 나라여도 동네마다 다른 분위기와 특색을 지닌 건 이곳 또한 다르지 않다. 음식점의 맛과 인테리어, 사람들의 성격, 마사지 스타일 등 모두 다르다는 것에 매번 신기한 매력을 느낀다.
과연 ‘발리의 강남’이라 불리는 이곳, 수많은 가게들이 몰려있고 그만큼 사람들도 많아 시끌벅적한 동네다. 스미냑 비치부터 꾸타 비치까지 광활히 이어져있는 바다엔 서퍼들을 위한 시원한 파도가 몰아친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도에 살다 온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 않으리 만큼 발리의 바다는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 돌이 많지 않아 서핑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말은 익히 들어왔지만, 직접 보니 없던 서핑에 대한 관심도 만들어내는 이 풍경에 홀딱 마음을 뺏겼다. 다들 이렇게 발리 살이를 시작하나 싶은 마음에도 격한 공감을 느꼈다.
우리는 그런 이 동네 중에서도 가장 메인 로드에 위치한 풀빌라를 찾아왔다. 여행을 하며 준비해야 하는 많은 부분들 중에서도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숙소다. 특히 장기숙박은 집이나 다름이 없다. 잠시 지냈다 가는 것과는 다른 차원으로, 편의 시설과 안전에 더불어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과 맞는 곳을 찾아야 한다. 고향을 떠나온 낯선 곳에서 우리의 쉼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어준다는 것을 알기에 유난스럽게도 꼼꼼히 골라온 곳이었다.
많은 가게들 사이에 위치했지만 비교적 조용한 단지 내에 안쪽으로 쭉 들어오면 우리 집이다. 큰 풀장에 볏짚으로 지붕을 만든 모습이 참 발리스러워 인상이 깊다. 볕이 잘 들고 바람이 솔솔 잘부는 게 딱 우리가 찾던 그런 곳. 뜨거운 낮시간을 대부분 집에서 보내는 우리에겐 더할 것 없이 완벽하다. 물론 부족한 점이라면 당연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그걸로 그만이다.
우리는 보통 바깥 볼일은 일찍 일어나 오전에 끝내 놓고 집에 돌아와 서너 시간의 낮시간을 보낸다. 대낮 뜨거운 볕을 피해 들어와서 편안한 옷차림으로 시원한 바람을 맞는다. 누구의 간섭도 시선도 없는 자유의 공간. 그랩으로 배달시킨 점심을 먹고 난 뒤의 화창한 휴식시간은 우리가 제일 행복해하는 시간이다. 밥 먹고 누웠을 때의 풍족한 기분은 누가 알려줬는지, 말 그대로 ‘집이 최고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벌러덩 썬배드에 누워서 보는 파란 하늘은 살이 찔까 하는 걱정도 다 잊게 만든다. 시원하게 수영 한 번 한 뒤 옆에 눕는 남편의 상쾌함에 더해 솔솔 부는 바람이 마음을 즐겁게 한다. 볕은 느껍지만 바람은 시원한 발리의 6월. 계절이 주는 행복이다. 좋은 집, 좋은 사람, 그 속에선 무한히 나만의 세상이다.
이 모든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집은 몸과 마음의 안식처다. 여행이라고 늘 좋은 날만 있을 수 없듯 어지러운 하루를 보냈던 날이라도 한 숨 푹 자고 일어나면 모든 피로가 녹아내린다. 너무 당연해서 소중한 줄 모르고 살지만,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장소다.
‘우리 집’ 한번 둘러보고 감사한 마음으로 그 편안함을 누려보자. 힘들었거나 우울했던 일들을 털어내고 마음껏 의지해보자. 내가 가장 많이 담긴, 나를 닮은 공간. 그런 안식처는 나를 다 받아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