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생활에 익숙한 저에게 제주도의 활기찬 생태계는 언제나 축복처럼 느껴집니다. 아침에 창밖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를 들으며 눈을 뜨면, 내가 진정 자연 속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길고양이, 족제비, 개, 까마귀, 까치, 비둘기 등 다양한 동물들을 관찰할 때면 이런 느낌은 더욱 강해집니다. 하지만 배달 기사로서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길에서 죽은 동물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죽은 고양이, 개, 족제비, 새들을 보면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하고, 불쌍함과 슬픔, 그리고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하늘을 나는 새들이 어떻게 교통사고의 희생자가 될 수 있는지는 항상 의문이었습니다.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새들이 어떻게 그런 불행한 운명을 맞이할 수 있을까 궁금했죠. 어느 날 배달을 하던 중 도로에 쓰러진 사체 주위를 맴도는 까마귀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까마귀는 먹이에 집중하고 있었고, 제 차가 부딪히기 직전에야 겨우 날아갔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새도 교통사고에 취약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까마귀는 눈앞에 펼쳐진 갑작스러운 횡재에만 집중한 나머지 뒤에서 다가오는 위험을 무시한 것 같았습니다.
문득 저는 생각했습니다. '만약 내가 예상치 못한 행운 앞에 놓인다면, 나 역시 까마귀처럼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유통기한이 지난 빵을 먹고 탈이 났던 과거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인간도 눈앞의 작은 이익에 쉽게 현혹되어 더 큰 불행을 자초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운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동전의 앞면만을 주울 수는 없습니다. 성공과 부를 좇는 것이 미덕인 세상에서, 우리는 빛 속에 가려진 그림자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과거의 지혜, 자연의 가르침, 그리고 삶 속에서 얻은 균형. 이 모든 것이 우리를 진정한 풍요와 행복으로 인도할 것입니다.
때로는 뒤를 돌아보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롯의 아내나 오르페우스는 뒤돌아보지 말라는 경고를 받은 후, 뒤를 돌아봐 일을 그르쳤지만, 까마귀에게는 뒤돌아보는 것이 오히려 삶을 살리는 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삶의 여정에서 우리는 과거를 붙잡는 것과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언제 뒤를 돌아보고, 언제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할지, 그것은 우리 각자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