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가 May 21. 2024

느타리버섯을 뜯다가

톡, 톡. 하나씩, 영원한 이별의 순간마다.   
무심한 손길 아래, 가족의 품에서 하나 둘 떨어져 나가는 느타리버섯들.  
마치 붙잡고 싶은 마음을 알아달라는 듯,   
떨어질 때까지 가족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애처롭게 매달리지만,  
결국은 차가운 스테인리스 그릇 위에 힘없이 툭, 내려앉는다.

"아, 이 몹쓸 감수성이여." 내 속에서 탄식이 터져 나온다.  
쓴웃음과 함께 스며드는 쓸쓸함.  
내가 가족과 떨어져 지낸 시간, 벌써 5년.  
너무도 긴 시간, 꿈을 좇아 가족을 뒤로한 채.

모두에게 짐이 된 나.  
큰딸의 재잘거림은 아내와 장모님의 지친 웃음이 되고,  
어린 둘째의 천진난만한 눈망울은 본가 어머니의 아픈 몸으로 흐려진다.

톡, 하고 떨어지는 버섯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고,  
코끝이 시큰하며 눈가가 뜨거워진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텅 빈 주방,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혼자인 듯 서러움이 밀려온다.  
차가운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긴 버섯처럼,  
나 역시 차가운 현실 속에 홀로 놓여있다.

"미안하다..."  
혼자 남겨진 느타리버섯이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작가의 이전글 횡재와 횡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