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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가 May 22. 2024

어미 길고양이

너는 계속 머리를 부딪치지.

사료 봉투에, 내 다리에.

고양이인 네가 나를 믿고 있다는 증거.

너는 늙다리 고양이와도 예민하게 싸우고,

난 너의 털이 묻는 것이 귀찮아 발로 밀어내곤 했다.

밥을 먹고서도 계속 내 주위를 맴도는 너.

떠나보낸 고양이들이 많아 정을 주기 싫어서,

너를 모질게 대했던 나.

홀로 네 마리 새끼를 키우느라,

먼저 간 아빠 고양이도 없이,

사라진 자매도 없이,

너 혼자 살아남아.

너를 그루밍해 줄 이 아무도 없는,

그런 네가 불쌍해 손을 내민다.

부드럽게 두드리자 뼈만 남은 너의 몸,

윤기 없이 뻣뻣해진 정리 안 된 털.

시집보내기 싫은 딸아이 머리 따주듯,

서툰 손길로 너의 털을 빗겨준다.

오랜만에 기분 좋아 보이는 너,

차분해진 너, 침착해진 너,

품위를 되찾은 너.

너는 나를 누구로 생각할까?

너의 노력이,

너의 없어진 살이,

너의 사라진 윤기가,

너의 부스스함이,

손길을 바라는 너의 갈구함이,

서글퍼서 애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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