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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가 May 23. 2024

한라산 순한맛

같은 술, 다른 맛

한 모금 머금는 순간, 쓴맛 뒤에 찾아오는 건 즐거움일까, 망각일까.

익숙한 하얀색 병, "한라산 순한맛"

내 가슴속 식당에 잠들어 있는 "한라산 17도"는

5년의 세월을 머금은 채, 잊혀진 꿈처럼 씁쓸했다.

표선사거리, 젊음이 끓어오르는 낯선 술집.

그곳의 "순한 한라산"은 왜 이리 달콤한가.

희망에 부푼 눈빛들 속에서, 잊고 있던 설렘이 피어오른다.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취기가 오르고,

나는 은근하게, 그러나 담담하게 자리를 뜬다.

나이 들어가는 모습도 이렇게,

마치 잘 숙성된 술처럼 깊어졌으면 좋겠다 스스로를 위로하며.

문득 깨닫는다.

술맛이 다른 것은 단지 분위기 탓만은 아님을.

어쩌면 젊은 그들의 패기와 열정,

그리고 그들의 꿈을 향한 뜨거운 시선이

내 잔까지 채워주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그래, 삶의 맛은 마음의 온도에 따라 변하는 법.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 말자.

대신, 식어버린 열정을 다시 데울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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