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열고 출근길에 나서는 순간, 옆집에서 스며 나오는 음식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잊고 있던, 아니 어쩌면 잊었다고 생각했던 기억의 심연에서 희미한 온기가 피어올랐다. 마치 먼지 쌓인 서랍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빛바랜 사진처럼, 어릴 적 골목길 풍경이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해질녘, 왁자지껄 뛰어놀던 골목길. 하나둘씩 저녁 짓는 냄새가 집집마다 피어오르면 아이들은 하나둘씩 집으로 향했다. 마지막까지 남아 놀고 싶은 마음에 발을 동동 구르던 나. "밥 먹어라!" 엄마의 채근하는 목소리가 들려올 때까지, 나는 그 골목길 풍경 속에 머물러 있었다.
그때의 냄새, 그때의 목소리, 그때의 온기. 옆집에서 풍겨오는 음식 냄새는 마치 시간을 거슬러 나를 그 시절로 데려가는 마법 같았다. 마음 한구석이 따스함으로 채워지는 동시에, 알 수 없는 슬픔이 가슴 한편을 파고들었다.
저 냄새 너머에는 분명 누군가를 위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는 따스한 손길이 있을 것이다. 미래를 향한 꿈을 이야기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가족이 있을 것이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웃음과 눈물을 나누는, 사랑으로 가득한 공간이 있을 것이다.
그런 따뜻함이, 언젠가는 나에게도 분명 있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의 집은 어떤가. 고요하고 적막만이 가득한, 음식 냄새 하나 없는 공허한 공간. 나만을 위한 밥상, 나만을 위한 미래. 옆집과 나의 집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있지만, 음식 냄새와 고요함 사이에는 슬픔이라는 깊은 골짜기가 존재한다. 같은 공간, 다른 이야기. 웃음과 눈물, 그 희비극의 간극이 오늘따라 유난히 크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