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네게서는 쓴맛만이 가득했다
코를 찌르는 알코올 향에
인상을 찌푸리며 뱉어내고만 싶었던 너
어른들의 "크으 캬아" 하는 감탄사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낯선 존재
세상에 닳고 닳아
고된 하루 끝에 찾아온 너는
어느새 씁쓸함 대신 위험한 달콤함을 건네준다
힘든 노동, 거친 땀 흘린 뒤 마시는 첫 잔 한 모금
순댓국, 감자탕, 삼겹살, 과메기…
무엇과도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너는
비로소 여유롭게 너의 진가를 보여준다
넌 늘 겸손하다
화려한 맛으로 뽐내기보다
다른 이의 맛을 돋보이게 해주는 너
"나대지 않는다"는 표현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술이 또 있을까
하지만 너는 어디에나 있다
전국 방방곡곡
네가 없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마치 세상을 움직이는 숨은 실력자처럼
조용히 자신의 영향력을 펼치지
네가 달콤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쓴맛을 알아버린 나이가 되었기 때문일까
세상의 쓴맛을 알기에
너의 진가를 알아보는 눈을 갖게 된 것일까
나대지 않으며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너처럼
조용히, 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삶
오늘 밤도 너의 쓴맛 속 달콤함에 기대어
너와 나, 그리고 삶에 대해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