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가 Jun 04. 2024

시리얼과 하루견과 두봉

진인사 대천명에 대해 생각해 보다

시리얼 한 봉지와 하루견과 두 봉. 이 단출한 조합이 나의 아침 식사였다. 바삭한 시리얼과 고소한 견과류의 조화를 기대하며, 20g짜리 하루견과 두 봉을 500g짜리 시리얼 봉투에 아낌없이 투하했다. 하지만 나의 기대와는 달리, 봉투 속은 여전히 시리얼 천지였다. 마치 드넓은 사막에 흩뿌려진 몇 알의 모래처럼, 견과류들은 시리얼 더미 속에 파묻혀 존재감을 잃어버렸다.

나는 손에 뭐 묻히는 걸 질색하는 사람이다. 시리얼 가루가 손가락에 묻어 끈적거리는 것만큼 싫은 것도 없다. 그래서 봉투를 기울여 시리얼을 입에 털어 넣는 방식을 선호했다. 그러나 번번이 내 입속으로 들어오는 건 견과류가 아닌, 빛의 속도로 돌진하는 시리얼 부대였다. 마치 미니언들이 함성을 지르며 돌격하는 것처럼, 시리얼들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입안을 점령했다.


이러한 시리얼과의 전쟁은 어느 새벽, 뜻밖의 변화를 맞이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유튜브를 보던 중 허기를 느껴 시리얼 봉투를 습관처럼 기울였는데, 평소와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줄어든 시리얼 사이로, 숨어있던 견과류들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마침내 견과류와의 만남이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때,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이 경험은 내게 몇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먼저, 때로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시리얼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견과류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모습을 드러낸 것처럼, 인생에서도 처음에는 불투명했던 것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선명해질 수 있다.


둘째, 능동적인 행동의 중요성이다. 견과류가 숨어버린 시리얼을 방치했다면, 결국 유통기한이 지나 버렸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기회를 잡기 위해 용감하게 행동해야 한다.


셋째, 작은 투자라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견과류 덕분에 이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처럼, 작은 투자가 예상치 못한 큰 보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넷째, 원치 않는 결과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개선해 나가면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다섯째, 모든 일에는 적절한 비율과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500g의 시리얼에 비해 20g의 견과류는 너무 적었고, 반대로 견과류가 너무 많았다면 시리얼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균형과 조화는 중요하다.


이러한 생각들은 이색 자전거 근무 한 달 반 만에 마감 시에 반납요청으로 일거리가 줄어든 경험이나 식기세척기도 없는 돈가스 식당 설거지 알바를 한 달 동안 해내며 노하우를 익혔던 경험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결국,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때로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고(알겠냐 나 자신아), 때로는 적극적으로 행동하면서, 작은 것도 소중히 여기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균형과 조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시리얼 봉지 속 견과류를 찾아낸 것처럼,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진인사대천명"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흔히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라고 해석하지만, 내게는 더욱 와닿는 나만의 해석이 있다. "항상 불평하는 당신(뜨끔), 도대체 진이 빠질 만큼 노력도 안 하고 항상 초장에 불평만 하거나 하늘에서 감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건 아닌가?"

작가의 이전글 휴지를 쓰다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