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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가 Jun 01. 2024

휴지를 쓰다가

나를 깎아내리는 그대, 하지만 아름다운 손길이여

그대 부드러운 손길 나를 감쌀 때마다,

내 존재는 얇아지고,

서러움 대신 따스함 밀려오네,

당신 삶에 도움 된다는 기쁨.


내 가난은 당신의 편안함을 위한 희생,

줄어든 존재는 그대의 필요를 채우는 숭고한 소명.

비어 가는 몸뚱이, 슬픔은 없네.

당신 손길 닿을 때마다, 나는 희열에 몸을 떱니다.


다 쓰여 갈 때쯤, 나는 조금 달뜨네.

마지막을 향해, 몸짓은 사뭇 격렬하고 요란스러워져

흔들흔들, 꼬마 요정이라도 된 듯,

미친 듯 돌고, 빙그르르, 한 바퀴 더 돌아보며,

나 거의 다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그대 삶에 스며드는 나의 흔적들,

눈물 대신 미소가 흐르는 건,

내 희생으로 당신의 인생이 더욱 깨끗해지기 때문.


가벼워지는 몸, 천상을 향해 날아오르는 나비처럼,

가늘어지는 허리, 그대의 손길에 더욱 순응하며,

당신의 삶 더 정갈하고 아름답기를


소코뚜레 쇠고삐처럼 당신의 공간에 걸려,

당신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은 축복입니다.

나의 희생은 당신과 함께 쌓아온 아름다운 추억,


나무로부터 온 나,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그대에게 모든 것을 바칩니다.

나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알기에,

오늘도 당신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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