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를 쓰다가
나를 깎아내리는 그대, 하지만 아름다운 손길이여
그대 부드러운 손길 나를 감쌀 때마다,
내 존재는 얇아지고,
서러움 대신 따스함 밀려오네,
당신 삶에 도움 된다는 기쁨.
내 가난은 당신의 편안함을 위한 희생,
줄어든 존재는 그대의 필요를 채우는 숭고한 소명.
비어 가는 몸뚱이, 슬픔은 없네.
당신 손길 닿을 때마다, 나는 희열에 몸을 떱니다.
다 쓰여 갈 때쯤, 나는 조금 달뜨네.
마지막을 향해, 몸짓은 사뭇 격렬하고 요란스러워져
흔들흔들, 꼬마 요정이라도 된 듯,
미친 듯 돌고, 빙그르르, 한 바퀴 더 돌아보며,
나 거의 다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그대 삶에 스며드는 나의 흔적들,
눈물 대신 미소가 흐르는 건,
내 희생으로 당신의 인생이 더욱 깨끗해지기 때문.
가벼워지는 몸, 천상을 향해 날아오르는 나비처럼,
가늘어지는 허리, 그대의 손길에 더욱 순응하며,
당신의 삶 더 정갈하고 아름답기를
소코뚜레 쇠고삐처럼 당신의 공간에 걸려,
당신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은 축복입니다.
나의 희생은 당신과 함께 쌓아온 아름다운 추억,
나무로부터 온 나,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그대에게 모든 것을 바칩니다.
나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알기에,
오늘도 당신의 손길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