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라는 이름으로 조롱되는 감각
오늘 어느 강의에서 이런 예를 들었다.
“시골 외딴길에 횡단보도가 하나 있는데, 하루에 차가 한두 대 다닐까 말까 해요.
근데 그 횡단보도가 300미터 아래에 있거든요.
굳이 거기까지 걸어가서 건너는 사람은… 글쎄요, 정신이 좀 이상한 거 아닌가요?”
사람들은 웃었다.
고개를 끄덕였고,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나는 웃지 못했다.
오히려 가슴 어딘가가 찌릿하게 굳어졌다.
왜 우리는 이런 말에 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 걸까?
규칙은 왜 생겼는가?
횡단보도는 그냥 생기지 않는다.
누군가 다쳤거나, 사고가 반복되었거나,
기억해야 할 고통이 있었기에 그 자리에 생긴다.
법은 원래 불편하다.
불편하기 때문에, 우리가 잊지 않도록 만들어진다.
그런데 그 불편을
“그걸 굳이 지켜? 이상하네.”
이렇게 말하는 순간, 법은 조롱거리가 되고, 규칙은 선택 사항이 된다.
상식이라는 이름의 오류
시골길, 300미터, 하루 한두 대.
이 모든 건 논리적 예외 상황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예외를 듣고
전체 규칙이 불합리하다는 식으로 받아들인다.
논리적 오류는 여기에 있다.
예외 상황을 일반화한다.
불편함을 근거로 정당성을 부정한다.
지키는 사람을 ‘비정상’으로 낙인찍는다.
이런 흐름은 결국 이렇게 귀결된다.
“법은 현실과 안 맞고, 결국 자기 책임이지.”
“네가 안 지켜서 다친 거잖아.”
그렇다면, 묻고 싶다.
우리는 언제부터
규칙을 지키는 사람을 ‘이상한 사람’이라 부르게 되었을까?
그 기준은 누구의 것이었고,
나는 왜 거기에 고개를 끄덕였을까?
나는 어떤 사회의 감각을 ‘상식’이라고 믿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