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는 사람이 이상한 사회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조롱되는 감각

by 김민영

오늘 어느 강의에서 이런 예를 들었다.

“시골 외딴길에 횡단보도가 하나 있는데, 하루에 차가 한두 대 다닐까 말까 해요.

근데 그 횡단보도가 300미터 아래에 있거든요.

굳이 거기까지 걸어가서 건너는 사람은… 글쎄요, 정신이 좀 이상한 거 아닌가요?”


사람들은 웃었다.

고개를 끄덕였고,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나는 웃지 못했다.

오히려 가슴 어딘가가 찌릿하게 굳어졌다.

왜 우리는 이런 말에 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 걸까?


규칙은 왜 생겼는가?

횡단보도는 그냥 생기지 않는다.

누군가 다쳤거나, 사고가 반복되었거나,

기억해야 할 고통이 있었기에 그 자리에 생긴다.


법은 원래 불편하다.

불편하기 때문에, 우리가 잊지 않도록 만들어진다.


그런데 그 불편을

“그걸 굳이 지켜? 이상하네.”

이렇게 말하는 순간, 법은 조롱거리가 되고, 규칙은 선택 사항이 된다.


상식이라는 이름의 오류


시골길, 300미터, 하루 한두 대.

이 모든 건 논리적 예외 상황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예외를 듣고

전체 규칙이 불합리하다는 식으로 받아들인다.


논리적 오류는 여기에 있다.

예외 상황을 일반화한다.

불편함을 근거로 정당성을 부정한다.

지키는 사람을 ‘비정상’으로 낙인찍는다.


이런 흐름은 결국 이렇게 귀결된다.

“법은 현실과 안 맞고, 결국 자기 책임이지.”

“네가 안 지켜서 다친 거잖아.”


그렇다면, 묻고 싶다.


우리는 언제부터

규칙을 지키는 사람을 ‘이상한 사람’이라 부르게 되었을까?


그 기준은 누구의 것이었고,

나는 왜 거기에 고개를 끄덕였을까?


나는 어떤 사회의 감각을 ‘상식’이라고 믿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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