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남고, 마음은 멀어진다

좋은 조언과 지적의 경계에서 머뭇거린다

by 김민영


가족이라는 거리의 착각


가족끼리의 대화는 참 묘하다.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기에,

서로에게 쉽게 말을 건넨다.

조언이라는 이름으로, 충고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농담처럼 툭툭 던진다.


나는 이번 가족 모임에서도 그런 말을 들었다.

매번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듣다 보면 마음이 조금 상한다.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꼭 이런 얘기를 반복할까? 또 내가 그 역할을 해야 하나?”


그들이 나를 미워해서 그런 건 아니다.

가족들은 나를 아끼니까,

더 잘되길 바라니까 그런 말을 하는 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말들은 자꾸 쌓인다.


한두 번이면 괜찮다.

하지만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면

어느 순간 마음에 작은 덩어리가 남는다.

‘나는 이 집단 안에서 계속 부족한 사람인가?’

‘나는 계속 고쳐져야 하는 사람인가?’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가족은 남과 다르다.

불편하면 거리를 둘 수도 없고,

다음에 또 만나야 하는 사람들이니까

서운한 감정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또 돌아보면

나도 가족에게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좋은 말’이라고 생각하면서

상대가 듣고 싶어 하지 않을지도 모를 조언을 건넨 적,

분명히 있다.


그때도 아마 나는

“그냥 하는 말이야. 널 생각해서.”

이런 식으로 말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좋은 말과 지적의 경계가 어디인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내가 듣는 말이 정말 필요한 조언인지,

아니면 그냥 참아야 하는 말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그리고 내가 하는 말도 그렇다.

상대가 원해서 듣는 건지,

아니면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건지

가끔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우리는 더 쉽게 말하고 더 쉽게 듣는다.

그런데 그 말들이 정말로 가볍게 지나가는 건지,

아니면 마음 한구석에 계속 남는 건지

그건 누구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그 경계에서

내 마음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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