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기

by 서채



무언가를 내려놓는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언제나 그러지 못할 이유가 만들어지고 늘 그래 왔듯 결국엔 실행하지 못한 채 단념하는 일을 수차례 반복한다.


나는 왜 내려놓지 못하는가.


그 일은 꼭 나여야만 하는가.


사실 이 질문엔 누구나 생각하는 정답이 있다.



"내가 아니어도 세상에 그 일을 할 사람은 많다"


우리가 머물다 가는 세상은 세포와도 같다. 병들면 치료되고 없어지면 메꿔진다.

미세한 점에 불과한 나의 일은 내가 없어도 누군가 반드시 할 것이고, 나의 빈자리는 짧은 시간 내에 메꿔질 것이다.


이번엔 정말 굳은 결심으로 내려놔 볼까?

내려놓으면 정말 해방될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너무 힘들진 않을까?


온갖 의심들의 향연은 다시금 날 단념으로 이끈다.


난 아직 준비가 덜 되어있다.


그래. 아직은 때가 아니다.

좀 더 살다 보면 내려놓을 시기는 분명 다시 찾아올 것이다.


오늘도 내려놓기 를 포기하는 난,


아주 심각한,


귀찮음에 빠져있다.



"빨리 일어나서 저거 좀 내려줘. 난 무거워서 못 내린단 말이야."


"내일 내리면 안 될까?"


"어제도 그랬잖아. 그냥 빨리 지금 내려줘"


"아. 누가 박스를 저기에 올려놓은 거야. 전에 아버지 오셨을 때 올려놓으셨나? 잠깐 기다려봐. 내가 누가 올려놨는지 전화 좀 해볼게"


"진짜 이럴 거야!"



결국 난 와이프의 매서운 눈길을 피하지 못하고 오늘 내려놓았다.


"이 일은 나여야만 하는 일이었다."






한해 두 해, 시간이 지날 때마다 '내려놓음'을 늘 진지하게 고민합니다.

아. 이번엔 진짜 일과 마음의 내려놓음입니다.^^;;


매년 해답 없는 고민 들을 하지만 그 뒤엔 항상 내가 지키고자 하는 것들의 소중함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확인해 보진 않았지만,

모든 것이 그들을 위함이란 걸 그들도 알고 있겠죠?


지킬 것이 있는 사람은 '힘듦'을 '행복함'으로 바꿀 수 있는 진정한 능력자입니다.


마지막으로,


무거운 물건은 웬만하면 낮은 곳에 둡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