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다는 건 멋진 거야

by 서채



"선생님 모르는 문제가 있어요"


그동안 윤희는 질문이 없는 학생이었다.

질문이 없다는 건, 물어볼 게 없이 완벽히 해결되었거나 공부를 안 한다는 것.

윤희는 후자 쪽으로 좀 더 치우쳐 있는 학생이었기에 모처럼 만의 질문이 무척 반가웠다.


"그래 윤희야. 요새 윤희가 마음을 잡았나 보구나. 계속 이렇게 꾸준히 하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거야. 무슨 문제를 모르겠어?"


"이 문제요"


윤희의 손가락이 문제를 가리킨다.

어려운 문제다.

상위권 학생들도 까다로워했던 문제를 가지고 왔다.


아직 윤희에게 이 문제는 무리야.

비슷한 유형의 유제를 먼저 풀어보고, 완벽히 머리에 정리가 되면 그때 다시 한번 접근하는 게 좋아.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질문하러 온 학생의 노력을 흘려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 선생님 옆으로 앉아봐. 이 문제의 어느 부분을 모르겠어?"


"다 요"


예상했던 대답이다.


"그래. 그럼 선생님이 천천히 설명해 줄 테니까 이해가 잘 안 가면 바로바로 물어봐 알았지?"


"네"


"이 문제를 풀려면 먼저 도함수의 정의를 완벽히 이해하고 있어야 해. 도함수의 정의 기억나니?"


"아뇨"


"도함수가 뭔지는 기억나?"


"아뇨"


"그럼 기울기는 기억나?"


"아뇨"


"그럼 기억나는 걸 한번 말해 볼래?"


"선생님한테 배웠던 게 기억나요"


"그래! 그때 선생님이 기본 개념과 연계되는 것까지 다 훑어 줬었잖아"


"네 그랬던 것 같은데 기억은 안 나요"


"배웠던 거 기억은 난다며?"


"네 근데 내용은 기억이 안 나요"


"알았어. 그럼 선생님이 개념부터 다시 한번 되짚어 줄 테니 이번엔 잘 봐야 된다"


"네"


"그래. 도함수의 정의는... 그래서 리미트 b가 a로 갈 때 b가 움직이면서 기울기도 변하겠지? 그리고.."


문제 풀이는 시작도 못한 채 10분간 개념 설명에 몰두했다.


"이제 개념이 좀 이해가?"


"아.."


"그래 이렇게 천천히 하나씩 밟아 나가면 그게 쌓여서 실력이 되는 거야. 그럼 문제를 정리해 볼까. 이 문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알겠어?"


"아뇨"


"이 문제는... 이렇게 해서.. 이걸 구하라고 하는 거야"


"아.."


"그럼 아까 복습한 정의를 이용해서.. 이제 양변을 다시 한번 미분하면.."


"아.."


20분 경과.


"이렇게 되면.. 이게 바로 최종 정답이 되는 거야"


"아.."


"예습도 중요하지만 복습이 훨씬 중요해. 이 문제를 완전하게 윤희 것으로 만들려면 여러 번 쓰고 연습해야 해. 알겠지?"


"네. 근데 선생님"


"그래 윤희야. 부담 갖지 말고 말해"


"하나도 모르겠어요"


"응? 뭐라고?"


"잘 모르겠어요. 다시 처음부터 설명해주세요"






[모른다는 건 멋진 거야 (글 Annaka Harris)] 를 보며 제목이 품고 있는 의미가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르는 것을 질문하며 깨우쳐가는 과정은 알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것과 같은 숭고한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모르는 것을 앎으로 해서 새로운 내가 다시 생성되는 거죠.


그날, 장시간에 걸친 설명과 풀이 속에서 윤희 학생도 다시 태어나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끝끝내 거부하더군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은 윤희 학생도 많은 걸 극복하고 다시 태어나 훨훨 날고 있을 거란 상상을 해 봅니다.



윤희야.


모른다는 건 멋진 거야.


너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