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채널을 돌려도 요리 프로그램이 나왔던 한 때, 어느 젊은 셰프가 했던 말이 있습니다.
"인생 뭐 있어. 그냥 하는 거지"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생생히 살아있을 만큼, 이 말은 그 당시 저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습니다.
바로 그때, '걱정 한가득'의 삶을 좀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제 삶의 목표는,
가 되었습니다.
살면서 걱정을 안 할 순 없지만 일상생활을 최대한 재밌게 살기로 마음을 바꿔 먹은 후부터 조금씩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지루했던 일상에 웃긴 일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한 거죠.
그 일환으로 전 아내나 딸에게 말을 똑바로 전달하지 않습니다. 구조를 바꿔서 하죠.
이를테면,
"자기야 나 실장 갔다 올게"
"응? 그게 뭔 말 이래?"
"실장 간다고"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실장은 화장실을 거꾸로 한 것에서 '화'를 뺀 것입니다.
당연히 알아들을 수가 없죠. 하지만 전 이런 게 무척 재밌습니다.
"말 좀 똑바로 해주면 안 돼? 너무 스트레스받아"
아내가 폭발했습니다.
한 번은 집 거실에 있을 때였습니다.
"윤서야 컨에어모컨리 봤어? 아무리 찾아도 없어"
윤서는 제 딸입니다.
"그게 뭐야?"
"컨에어모컨리"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자기야 소파에 있었던 컨에어모컨리 봤어?"
"또 시작이군. 그게 뭔데?"
"자꾸 같은 말 반복하게 만들어. 컨에어모컨리 라고"
아내가 폭발했습니다.
이미 눈치채셨을지 모르겠지만 컨에어모컨리는 에어컨 리모컨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냥 거꾸로 하는 게 식상해서 순서를 뒤죽박죽 섞었죠.
아내는 진중한 편에 속하는 타입이라 제 장난을 잘 안 받아줍니다. 그래서 말을 바꿔할 때마다 짜증을 냈죠.
전 그게 더 재밌었습니다.
하루는 아내가 안 보여 톡을 보냈습니다.
"어디 갔어?"
"시간 좀 걸릴 것 같아. 나 실장이야"
"윤서야. 엄마 실장 이래. 엄마 오기 전에 빨리 소청방니 좀 해. 너 그러다 혼난다"
"근데 아빠 내 계시 봤어? 분명 방가 에 있었는데 없어졌어"
이젠 아내 딸 할 것 없이 지들이 더 씁니다.
때문에 우리 가족 대화의 일정 부분은 다른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합니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우리 가족 대화의 암호화에는 제 공이 굉장히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의 재미는 학생들에게도 적용됩니다.
"선생님 근데 무슨 띠에요?"
"띠? 그건 갑자기 왜?"
"그냥 궁금해서요."
"선생님은 악어 띠야"
"악어 띠? 그런 게 어딨어요 뻥 치지 마요"
"너네 정말 악어 띠를 몰라? 세상에. 그럼 코끼리띠도 모르겠네? 옆 반 선생님이 코끼리 띠야. 좀 이따 수업 끝나고 가서 물어봐."
"정말요??"
삶이 지쳐 있다면,
온통 지루함 투성이라면,
그로 인해 재미난 일 한 가지가 생겨나면 된 거죠.
아. 그리고 학생들에겐 정정해서 알려줬습니다.
"얘들아 악어 띠 라는 건 없어. 사실 선생님은 캥거루띠야. 이상하게 알려줘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