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사리

by 서채



진심이 담긴 위로는 간단한 어깨 토닥임 한 번으로도,

작은 눈빛 하나 만으로도 많은 걸 치유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나연아 왜 그래? 무슨 안 좋은 일 있어?"

한 학생이 속상한 얼굴을 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학생에게 말을 건넨다.


"몰라 말하기 싫어"


"혹시 이번에 본 시험 때문에 그런 거야?"


"..."


"많이 틀렸어? 몇 개 틀렸는데 그래?"


"은수 넌 몇 개 틀렸어..?"

나연이가 힘겹게 입을 뗀다.


"나야 다 맞았지. 시험이 너무 쉬웠잖아"


"힝.. 거봐. 다 쉬웠는데 나만 어려웠나 봐. 5개나 틀렸어.."


학생들의 얘기를 듣고 있던 내가 끼어들며 말했다.

"다음에 더 잘 보면 되지 나연아. 그리고 5개면 그렇게 심하게 못 본건 아냐. 너무 상심하지 마"



"근데.. 선생님"

은수가 말한다.


"그래 은수야"


"문제가 총 6개였어요.."


"..."

은수의 충격적인 말에 난 다음 말을 잊는다.


"나연아. 다음엔 내가 많이 도와줄게. 힘내"

은수가 나연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한다.


"은수야. 난 왜 이렇게 안될까? 정말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생각이 하나도 안나. 내 뇌는 정말 우동사리 인가 봐"


"너무 속상해하지 마. 니 뇌는 지금 우동사리 지만 나랑 같이 열심히 하면 충분히 200등까지 올릴 수 있어"


"..."


그날 은수는 나연이를 두 번 죽였다.



며칠 후, 은수가 내게 찾아왔다.


"선생님 그날 내가 나연이한테 뭐 실수한 거 있어요? 나연이가 나를 자꾸 피해요"

은수가 슬픈 얼굴로 내게 말한다.


"은수야. 진심이 담긴 위로의 말은 꼭 미사여구를 덧붙이지 않아도 얼마든지 상대에게 전달될 수 있지만, 잘못된 위로의 말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어. 항상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야"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말 선택을 잘해야 한다는 소리야"


"도대체 제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우동사리 한테 우동사리라고 하면 안 된다는 말이잖아!"




그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연이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 공부방법으로 인해 항상 결과가 좋지 않았던 학생이었습니다. 그 후 고등학생이 된 나연이는 자신에게 맞는 공부 시간대와 방법을 찾아 전교 50위권 안까지 성적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그날 이 학생들의 대화를 들으며 몸소 느꼈던 게 있습니다.


바로,


위로의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그냥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것.



적절하지 않은 위로는 오히려 친한 친구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