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by 서채


아무도 없는 곳에서 노래를 해본 적이 있습니까?

------------YES

아무도 없는 곳에서 춤을 춰본 적이 있습니까?

------------YES

아무도 없는 곳에서 누군가를 욕해 본 적이 있습니까?

----------YES

아무도 없는 곳에서 코를 파 본 적이 있습니까?

-----------Y....y....e..s



아무도 없는 곳.


모두의 눈이 사라진 공간.


그곳은 자유의 공간이자 오랜 기간에 걸친 금기가 깨지는 해방의 공간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본연의 본능에 충실해질 수 있다. 설사 그 본능이 약간 부끄러운 행위 일지라도 문제없다. 그곳 자유의 공간에선 어느 누구의 이해도 바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왜냐면,


아무도 없으니깐.


다 함께 어울리며 꿈꾸는 화목함 보단 혼자만의 힐링이, 너와의 상생보단 나의 계발이, 당신과의 영원보단 나 혼자만의 짧고 굵은 삶이 더 가치가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에 발맞추기라도 하듯 온갖 자기 계발서가 쏟아져 나오고, 하던 일을 그만두고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을 실행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현상을 '개인주의의 폐해'라 일컫는 혹자들이 있지만, 주변에 암과 같이 심각하게 퍼져있는 양아치들을 볼 때 꼭 화합만이 진리는 아닐 거란 생각이 든다.


외로움을 못 이겨낼 만큼의 오랜 기간이 아니면 지켜보는 이가 없는 공간에서의 짧은 시간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거기에 더해 약간의 나무와 풀이 있어준다면 굳이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그곳에 있는 시간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힐링이 된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앞 서 얘기한 양아치들이 그 확장세를 넓히며 날뛰는 통에 CCTV라는 보이지 않는 눈이 늘어나게 되었다. 우리를 지키기 위해 설치된 그것이 오히려 우리만의 힐링공간을 침범하는 꼴이 되었다. 또한 기술의 놀라운 발전은 카메라의 화질을 빠른 속도로 개선하여 이제는 내가 쓰고 있는 메모까지 카메라에 담아낼 지경에 이르렀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건 어느 누군가는 나를 선명하고 또렷한 화질로 감상할 수 있단 얘기다.


예쁜 얼굴과 단정함으로 평소 주목을 받고 있는 여학생 하나가 있다. 거기에 성적까지 좋아 거의 넘사벽으로 인정받는 그 여학생은 주변 남학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얼마 전, 운영하는 사업장에 도난사고가 발생하여 cctv 녹화본을 1시간에 걸쳐 스캔한 적이 있다. 도난 신고된 장소를 중심으로 살피던 중 미심쩍은 행동을 하며 그곳에 홀로 앉아있던 그 여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그녀의 행동은 누가 봐도 사람이 오는지 안 오는지를 확인하는 수상쩍은 행동이었다.

당연히 내 시선은 도난 신고자의 가방과 그녀의 손에 고정되었다. 약 30초 뒤, 드디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 그녀의 손. 그 단정한 손은 도난 신고자의 가방이 아닌 본인의 얼굴을 향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곤.. 그녀가 정성스럽게 코를 파기 시작했다.

거기에 손끝에 딸려 나온 거무스름한 물질을 맛보는 장면이 생생히 아주 선명하게 화면으로 전달되었다. 누군가 그 화면을 본다면 그건 명확한 초상권 침해일 것이므로 난 주변을 살핀 뒤 황급히 재생 프로그램을 종료해야만 했다. 어떤 곳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을지 모르니 비밀스러운 행동은 외부에선 하지 않아야 된다고 그 여학생에게 조언해 주고 싶었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그 여학생의 후회에 찬 부끄러움의 표출을 받아낼 자신이 없었다고 하는 게 더 맞겠다.

누군가 봤다는 걸 모른 채로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결국 도난 신고는 잃어버린 사람의 실수로 빚어진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지만 나에게 그날의 이슈는 단연코 그 여학생이었다.


조심해야 한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그곳에 수없이 많은 눈이 도사리고 있음을 잊어선 안된다.



이제부터 코는 집에서 파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