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열심히 그려온 곳은, 그저 좁은 우물 안의 둥근 벽면일 뿐이었다.
평소 잘 보지도 않던 인스타그램을 보던 중, 대학교 후배이자 동갑인 친구가 책을 냈다고 했다. 사적으로는 술자리도 같이 하고 친하게 지냈지만, 정작 같은 교직에서 일하면서 의견 공유는 한 적이 없는─
그런 친구가 쓴 이야기이다.
그냥 '책을 썼구나' 정도로만 생각하고─ 그냥 조용히 읽고─ '이런 교사도 있구나' 정도만 보고─
처음엔 가볍게 읽어보자는 마음으로만 주문을 눌렀다.
그리고, 여름방학이 끝나고 초등학교가 개학한 지금.
나는 아이들이 없는 교실에서─ 이 책을 꺼내 읽었다.
그리고─ 전문성은 없지만─ 그래도 책을 읽은 내 생각을 작게나마 끄적여보고자 한다.
몰입이란, 공감대가 형성될 때 이루어진다. 이 책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이자,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교사의 이야기. 책의 프롤로그를 펼친 순간부터, 나의 몰입은 시작되었다.
글쓴이의 시련(?)은 단 7p만에 나를 몰입시키기에 충분했다. 그 당시 글쓴이가 느꼈을 감정이─ 담담한 묘사임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을 덜컹 내려앉게 할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으니까.
학급붕괴.
어떤 교사도 원하지 않는─ 최악이자 최흉의 재앙.
프롤로그의 내용은 너무나도 자극적이고 강렬했다. 글쓴이가 기간제 교사를 하는 3달동안, 그는 학생들에게 있어서 만만한 선생님이 되고 만 것이다.
수업시간에 떠드는 건 기본이고, 선생님께 무례한 행동(선생님 폰을 몰래 사용하기, 만우절에 선넘는 장난하기 등)을 하고 무시까지 한다. 심지어 선생님이 혼내고 화를 내는 것조차 그들에게는 하나의 컨텐츠였다.
내가 이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도저히 못 버텼을 것 같다. 솔직히─ 나는 글쓴이와는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글쓴이처럼 한 학급에 20명 이상되는 큰학교가 아닌, 전교생이 40명도 안 되는 작은학교에서 근무하니까. 작은 학교 특성상, 학급 붕괴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관리할 학생도 적고, 민원도 많은 편이 아니라서...) 그런 나에게─ 아직까지는 경험해보지 못한 학급붕괴가 일어났다면─
뭐, 내 성격상 쉽게 포기하고 현실에 순응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쓴이는 이런 일을 겪었음에도─
─포기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는 새로이 선 교단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는 교실의 아이들에게 예의와 규칙, 올바른 태도를 새겨넣었다. 아이들 또한 교사를 잘 따른다. 예외란 없다. 예외조차, 글쓴이는 훌륭하게 대처해낸다.
참으로 멋진 교실이다. 멋진 선생님이다. 가끔 선배 교사들이 말하는 '훌륭한 선생님'의 존재가─ 내가 아는 사람으로부터 발현될 줄은 몰랐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훌륭한 선생님이 아닌, 훌륭해진(?) 선생님을 처음 봤다는 뜻이다.
그리고 너무나도 고맙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써 공유해주었다. 자신의 이야기가─ 수많은 교사들에게. 아니, 수많은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금의 나에게도,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는─ 어찌보면 하나의 새로운 제안이자 수단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인스타그램에 자주 들어간다.(원래는 진짜 잘 안들어간다.) 이유는 터무니없다. 그냥 글쓴이가 자주 올리는─ 스토리를 보기 위해서다.
그는 책을 읽고, 중요하다고 생각한(혹은 마음에 드는 구절일 수도 있다) 부분을 사진을 찍어 스토리에 게시한다. 그리고 나는 그가 집어준 '오늘의 문장'을, 스토리가 넘어가지 않도록 멈춘 상태에서 가만히 읽어본다.
글쓴이가 올린 짧은 내용의 문장. 나는 매일, 그로부터 문장을 몰래 추천받는다.
*
책에서 묘사된 글쓴이는, 책을 정말 많이 읽었다. 그중에서 심리와 관련된 내용을 많이 읽었다고 했는데─ 그것이 아이들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단순히 본인 흥미였는지는 모르겠다.(읽었는데 기억이 안 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만약 이 책을 읽는다면, 글쓴이가 얼마나 심리학 쪽에서 배운 것이 많은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글쓴이는 자신이 읽으면서 익힌 심리학을 토대로, 교실에 변화를 이끌어내길 시도했다. 해당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정말로 많은 일을 했다.(존재판, 감정 내려놓기, 꿈노트, 파블로프식 교실관리 등등.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만 적어도 이정도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글쓴이의 전문성을 알았다. 그의 마음가짐을 배웠다. 그 결과를 직접 확인했다.
그러니─ 그에게서 문장을 추천받지 않을 이유가 있겠는가.
글쓴이의 반은, '활동이 끝났으면 손을 내린다'라는 규칙이 존재한다. 손을 내리지 않으면 교실에서의 시간은 멈추고, 선생님은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모든 아이들이 손을 책상 아래로 내려야지만, 그제서야 수업은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당연히 지켜지지 않을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규칙에 아이들은 그냥 멀뚱멀뚱─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른 채 반 전체의 쉬는시간을 깎아먹을 뿐이다.
그래─. 할리갈리의 규칙이다.
책상 위의 종을 치기 전에─ 손은 항상 책상 밑에 있어야 하니까.
아이들은 그렇게 규칙을─ 그리고 책임을 배울 것이다.
*
'아주 좋은 규칙이다.'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3년 전에 나라면.
나도 비슷한 학급규칙을 5학년 교실에 적용한 적이 있었다. 아이들은 규칙을 인지하고, 지키려고 노력했다.
─세 명을 빼고 말이다.
하나─. 지적장애를 가진 학생.
둘─. ADHD가 심한 학생.
그리고 셋─. 본인으로 인해 반 전체의 쉬는 시간이 줄어드는 걸 즐기는 학생.
그렇게 난 규칙 적용을 그만두었다.
지금의 나라면, 그때로 돌아가서 잘 해낼 수 있었을까? 이 책의 글쓴이라면, 이런 아이들까지도 다 케어가 가능했을까?
답은─ 모른다.
학급붕괴라는 건, 원인이 담임에게만 있지는 않다. 어딜가나 [예외]는 있으니까.
그런 아이들을 상대하는 법까지는─ 아직 하나의 교과서가 되지는 않은 모양이다.
글쓴이는 학년 체육대회에서, 학급을 1등으로 만들었다. 체격으로만 봐도, 우승후보는 아니었던 반이 1등이 된 이유. 그것은 담임의 전략과 리더십도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마음가짐'이었다. 글쓴이는 반 아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심어준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한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명언인, '끝까지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와도 비슷하다. '어떻게 가느냐'가 중요한 거니까─. 끝에 가지 못할지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것.
지금까지 있고있던, 당연하면서도 중요한 가치관이었다.
이 에피소드는, 나에게 그 가치를 다시 상기시켜주었다.
나는 글쓴이가 책에서 말해준 모든 것을 실천할 수는 없다. 능력이 없어서? ─아니다. 그냥 나와 글쓴이는, 같은 교사이면서,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읽고 그저 따라만 한다면, 그건 흉내일 뿐─. 글쓴이가 교실에서 보았던 변화들까지는 재현할 수 없다.
그러니─ 나는 나대로, 그의 이야기를 참고하고자 한다. 글을 써본 입장으로서, 표절이란 있을 수 없으니까. 그의 이야기를 읽고─
나는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려 한다.
기적을 일으킨다는 10분은 결코 적지 않다. 그 안에 들어간 한 교사의 노력과 열정은─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냈으니까. 글쓴이가 말하길, 책은 '한 사람의 연구 결과, 철학, 가치관, 인생'이라고 한다. 나 역시도, 글쓴이에게서 그 귀중한 것들을 사들였다.
지인의 책이라서 추천하는 게 아니다.(당장 나는 내 책도 잘 홍보 안 한다.) 그저─ 교육과 인생을 같이하는 이들에게─ 한 번 쯤은 참고하면 좋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