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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는 60세 이후부터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의 삶이야

인생의 여정을 힘겹게 따라가는 이들에게

by 꿈꾸는 나무

"인생의 계절에서 가을에 새봄을 꿈꾸고 겨울을 최대한 늦게 맞이하기를 바라는 모든 이에게..."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_ 파스칼 브뤼크네르


TV를 보게 되면 젊었을 때는 참으로 멋지게 살던 사람인데, 노년에는 결혼 실패, 사업 실패, 건강관리 실패 등으로 힘겹게 늙어가는 사람들을 종종 보곤 한다. 내 주변에서도 함께 직장생활을 할 때는 그 분야에서 알아주는 능력을 보유했고, 참으로 자신감 있게 지내던 사람들이 퇴직 이후에는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한다. 반면, 직장 생활도 무난하게 하고, 퇴직 이후 노년의 삶도 꾸준하게 멋져 보이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다. 과연 그들은 어떠한 차이가 있기에 누구는 노년의 삶이 힘겹고, 또 누구는 제2의 새로운 인생이 되었을까? 언젠가는 나도 노년을 맞이하게 될 터이니, 지금의 나를 돌아보고 나는 과연 어떠한 제2의 인생과 노년을 보내게 될 것인지 생각하고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떠한 삶이 의미가 있는 삶인가에 대해 스스로 자문을 한 계기들이 여럿 있다. 몇 년 전 파킨슨 병으로 힘겨운 투병생활 끝에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곁에서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젊었을 때는 많은 재산 덕분에 남부럽지 않은 생을 살았지만, 노년에는 자식들과의 불화로 가정생활이 평탄치 않았으며, 더욱이 파킨슨 병으로 인해 삶의 질은 갈수록 나빠졌고, 결국, 말년은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정신도, 육체도 너무나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분명히 할아버지의 말년은 행복하지 못했다.

또 직장의 한 선배는 승진은 빨랐지만, 과음과 스트레스를 못 견뎌했고, 이를 벗어나고자 조기 퇴직을 했지만, 결국 과음과 스트레스로 인한 암으로 인해 퇴직 몇 년 후 생을 마감했다. 아직도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받고, 본인 성에 차지 않던 후배들에게 짜증을 내던 그 선배의 모습이 생생하다. 무엇을 위해 그리도 치열하게, 그리고 스스로를 힘들게 하며 살았을까.

인생 40대 후반이라면, 이제는 60, 70, 80대의 앞으로 100살까지 나의 모습을 스스로 그리며 살아야 한다.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오늘날의 50대는 르네상스 시대의 신생아와 상황이 비슷하다"라고 했다. 300년 전에는 유럽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30년이었으니, 지금의 50대와 르네상스 시대의 신생아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이 30년으로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이미 해답을 얻었거나 발견한 단계를 사는 것이다."라고 했다. 르네상스시대 신생아와 남은 수명은 같지만, 그 수명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달라야 한다. 남은 30년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계획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인생의 마지막까지 의미 있고 보람을 느끼면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기한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길어도 10년 이내, 아니면 당장 2~3년 뒤 나는 지금의 직장에서 떠나야 하고, 그때까지 가장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밥벌이를 하며 살아야 한다. 이 사실만으로도 참으로 생각할 것이 많다. 알 수 없는 인생 후반이 두렵기도 하고 또 설레기도 한다. 소중한 삶을 설레고 가슴 뛰는 시간들로 가득 채우기 위해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 인생 후반을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의 유형은 대략 다음과 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 원만하지 못한 부부관계

- 건강악화

- 안정적이지 못한 직업(스스로 생활비를 벌지 못하는....), 절제되지 못한 스스로의 일상

- 주변사람들과의 마찰, 송사

- 친구, 인간관계


1. 부부관계가 가장 핵심이라 생각한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언제 어느 상황에서든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든든하고 인생 후반을 행복하고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게 하는 필수 조건이라 생각한다. 노년을 무탈하고 평탄하게 보내는 이들 대부분은 서로를 이해해 주고 의지할 수 있는 배우자가 함께 있는 경우인 것 같다. 이를 증명하는 사례는 주변에서 무수히 보아왔다. 그러니 쓸데없는데 신경 쓰지 말고 지금 내 옆에서 나와 아이들에게 밥을 차려주고, 빨래를 해주는 배우자에게 잘해야 한다. 당장 내일 이 세상이 멸망해 없어진다고 생각하고 후회 없이 오늘, 지금 이 순간 사랑해 주어야 한다. 가장 가성비 좋은 투자라 생각한다. 얼마 전 지도 교수님의 은퇴식 행사 때 쓸 연구실 사진들을 찾다가 우연히 같은 기간 학위과정 동안 찍었던 가족사진들을 발견했다. 15년 전 아내는 참 고왔다. 너무 예쁘고 젊었다. 남편은 박사과정 공부에 허덕인다고 가정을 돌보지 못했는데, 아내는 아이들 둘을 참으로 잘 키워내었다. 그리고 간간히 본인 스스로의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는데, 참으로 예뻤다. 내가 내 아내 예쁜지를 잊고 있었다니, 항상 화장기 없는 얼굴만 봐서 그런가? 자세히 보니 지금도 참 예쁘다. 이렇게 고운 아내와 함께했던 시간을 좀 더 소중히 보내지 못했다는 것이 후회스럽기만 하다. 남은 기간 온전한 아내의 편이 되어 순간순간에 감사하며 소중히 살아야겠다.


2. 건강은 모든 것의 기초이다. 건강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은퇴 후 삶의 질과 직결된 핵심적인 요소이다. 아무리 많은 부를 축적해 놓더라도 건강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소용이 없고, 노년의 삶은 참으로 비참해진다. 그러니 꾸준히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의 파킨슨 병처럼 인간으로서 어떨 수 없는 불치병이 찾아올 수도 있지만, 그것은 오직 하느님의 뜻이니,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다.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나의 건강을 항상 최고의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그러야 후반의 삶이 그 기틀 위에 다시 새로운 집이 조금씩 지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운동하는 것이 참으로 귀찮다. 당장 결과가 나타나지 않아서 일정기간 꾸준해야 하는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예측할 수 없는 회식과 술자리가 가장 큰 적이다. 일정한 루틴이 있어야 하는데, 매일 결심하고 실망하고 하는 생활이 반복된다. 사람은 힘들고 귀찮은 일을 잘 해내야 한다. 그래야만 나태와 게으름, 의미는 없지만 중독성이 강한 스마트폰 쇼츠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3. 후반에서 얻는 직업은 참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일반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얻게 되는 직장들은 언젠가는 그만둘 수밖에 없으며, 공직이라면 정년이라는 마침표가 명확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후반에서 얻는 직업은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 유지할 수 있는 직업이어야 한다. 내가 그 일을 정상적으로 해 낼 수 있을 때까지 말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3년째 배우고 있는 목공은 적어도 80세 까지는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또 하나는 생계이다. 은퇴 후 자식과 주변사람들에게 의지 하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꾸려나갈 경제적 능력이다. 참으로 중요한 요소이다. 미리 재산을 충분히 벌어 놓을 수도 있고, 재테크를 잘해서 일정한 수입이 나오는 구조를 만들어 놓을 수도 있다. 아니면, 수입에 맞도록 지출 구조를 효율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 전원주택의 텃밭에서 다양한 채소를 직접 가꾸어 식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계절마다 땅이주는 선물을 만끽하며 살 수도 있다. 후반전 직업에서 고려해야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재미"이다. 인생 전반에서의 직업은 내가 선택받은 것이었다면, 후반에서의 직업은 내가 선택하는 일이 되었으면 한다. 아주 많이 벌지는 않지만 그 직업을 통해 재미를 느끼고 소소한 성취감과 보람도 느끼고, 또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면 최고의 직업이라 생각한다. 목공은 이 모든 것을 충족시켜 주는 좋은 대안이라 생각하기에 아직도 주말, 휴일이면 특별히 만들고 있는 작품이 없어도 곧장 공방으로 가곤 한다. 가서 나무 냄새를 맡고, 사람들을 만난다.

어제 공방에서 작업 중이었는데, 가족으로 보이는 세 명이서 공방 밖에서 사진을 찍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잠시 후에 공방 밖에서 들어올지 말지 하는 그 가족들을 보고는 내가 문을 열어 그들에게 먼저 인사했다. 들어와서 원장님과 상담을 마치고 돌아갔는데, 은퇴를 몇 년 남겨둔 58세 남자와 그 아내, 딸이었다. 60세 은퇴를 앞두고, 58세에 새로운 것을 찾으려 하니 막상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적었을 것이다. 사실 목공을 시작하기에도 적당한 나이는 아니다. 당장 내년에 은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물론 그분은 그래도 은퇴 몇 년 전에 용기를 내어 공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내분이 많이 응원해 주시는 것 같았다.

나는 40대 중반에 목공을 시작하고 거의 매주 공방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직장생활을 소홀히 한 적은 없다. 주말에 의미 없이 보낼 수 있는 시간에 새로운 일들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당장 1년 뒤 퇴직을 한다고 해도, 1년 정도의 준비기간을 가지면 새로운 직업을 준비할 자신감이 있다.(일단 자신감만 있는 것으로...)

어떠한 직업을 갖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정답은 없지만, Artist Way 란 책에서는 예술가들에게 주목하고 있다. 음악가, 화가, 소설가 등의 예술가들은 정년퇴직이 정해져 있지 않다. 즉, 창작의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 끝이 정해져 있지 않으며, 나의 열정이 존재하고 건강이 뒷받침해주는 한 계속될 수 있는 것이다.


4. 평화로운 은퇴 후 삶이 되고자 한다면, 주변사람들과 마찰이 없어야 한다. 크고 작은 송사가 이어진다면 하루하루가 지옥 같을 것이다. 최근 재산 문제로 소송을 3건을 진행한 바 있다. 이기기도 하고 완패해서 금전적으로 큰 손실을 보기도 했는데, 소송이라는 것이 이기면 기분은 좋은데 누군가에게 원한을 사게 될 수도 있다. 또 소송에서 지게 되면 금전적으로 매우 큰 손해를 보게 되고, 한 동안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기가 참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누군가와 소송을 진행하고, 변호사를 고용해서 대응한다는 건 참으로 귀찮고 신경 쓸 일이 많다는 것이다. 결국 송사에는 결코 얽히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은퇴 후 삶을 힘들게 하는 또 한 가지는 나의 평화를 깨뜨리는 주변의 사람들과 그들과 얽힌 일들이다. 해외여행을 가면 참으로 편한 이유는 기존 환경에서 얽히고설킨 인간관계들과 일시적으로 단절되기 때문이다. 물론 로밍 중이라는 안내에도 불구하고 굳이 전화를 시도해서 나의 평화를 깨는 몰상식한 인간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해외에 있다고 하면 연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외국에 나가 있으면, 참으로 평화롭다. 다시 리셋되어 새 삶을 살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은퇴 후에는 나의 평화에 돌멩이를 던질만한 사람들과 관계를 차단해야 한다. 나의 마음의 평화와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참으로 쉽지 않지만 중요한 일이다.


5. 편안하지만,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둘 줄 알고 선을 지킬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 그러한 친구가 여럿 있으면 노년은 분명 행복할 것이다. 저녁때 맛있는 음식이 보이면 불러서 맥주 한잔 함께 할 수 있는 친구, 내가 수제맥주에 빠져서 체험하자고 제안하면, 본인도 신이 나서 함께 체험하며 즐겨주는 친구, 그러한 친구가 지척에 있으면 그보다 행복한 삶은 없을 것이다. 노년에 관계 좋은 아내, 돈, 친구, 건강을 갖고 있다면 참으로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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