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몽환

by 하수녀


사람에게는 누구든지 상처가 있는데 그 상처는 처음에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그 상처는 항상 나를 다 망가트린 걸 알고 나서야 정체를 알게 된다.

나는 너에게서 멍이 들고 그 멍은 내 몸에 하나하나씩 피어난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서로에게 우린 멍이 되었다.

그 후 시한부 판정을 받은 몸은 아프게 앓다가 결국 상처를 치료하지 못한 채 사라지고, 우리도 서로가 점점 잊혀 가겠지.

하지만 난 그 하얗게 얼어 죽는 죽음까지도 너무 아름답게 느껴져, 너에게 더 멍을 주고 싶기도 해

피부가 파랗게 변하면서 상쾌해진 몸이 어쩌면 더 가까이 너에게 다가가고 더 붙잡고 싶은 너의 온기를 느낄 수 있잖아.

그렇게 계속 꿈속을 헤매다 널 발견하게 되면

온몸에 멍이 들고 구토를 하고 피부는 진주같이 창백한 나를 또 발견하게 되겠지.

만약 그런 나를 발견하면 너는 날 안아주겠니.

어쩌면 너도 나랑 똑같은 신세인지 모르겠다.

꿈속을 달리고 달려 너라는 비에 부딪히고

나는 더 약해지더라도,

너와 웃을 수 있다면 나는,

빗 속을 헤매어서라도 그 많은 빗줄기 중에 너를 찾을 거야.

네가 없다면 내가 어둠이 될 이유도 없어.

그러니 너 인생을 위해 힘껏 더 열심히 살아줘.

비록 내가 죽더라도.

우리 둘이가 멍들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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