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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후 Jan 03. 2024

1인 1견

유기견 입양



프롤로그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누구나 아니 적어도 50% 이상의 어린이가 한 번씩은 해본 말이다. 나도 그랬고, 내 동생도 그랬다. 오죽하면 "강아지"라는 시를 써서 우수상까지 받았을까?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강아지를 키운다는 건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아주 크고, 위대한 결정이라는 것을.


생명의 무게에 대해 잘 몰랐던 어린 시절을 지나 10대 때는 강아지를 키우는 건 나에게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나와는 다른 세계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오직 '나'라는 존재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 다른 생명을 나보다 더 소중히 여긴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30이 되기 전 29살의 나는 무슨 바람이 들어서였을까 아직도 나에게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던 내가 강아지를 데려왔다.


서툴고, 나밖에 모르던 내가 지금은 그 강아지를 위해 하루종일 유튜브, 카페를 찾아보며 강아지에게 좋은 음식, 운동, 장난감을 검색하고 있다. 가끔씩은 큰 책임감이 나를 누르지만 이 행복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나는 1인 1견 가구이다.












1. 첫 만남





29살의 나는 그릇이 작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로만 채우기에도 벅차 아무것도 담을 수가 없다고 느꼈다. 무언가를,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녔다.


처음으로 나만의 공간이 생기고, 회사를 퇴사한 나는 문득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빠져 전국에 있는 유기견을 볼 수 있는 어플을 깔았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프지만 이상하게 자꾸 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는 조금은 독특하게 생긴 2살 강아지를 보았다.


느낌이 이상했다. 이 강아지는 내가 데려와야 할 거 같은 신기한 기분 어쩌면 내가 나 자신에게 최면을 걸었는지도 모른다. 너도 너만의 작은 공간이 생겼고, 집에만 있는 성격이니 강아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어라는 주문. 그리고 지금 이 강아지를 데려오지 않는다면 이 아이는 안락사당할 수도 있어. 지금 당장 가야 해.

이런 말들이 내 머리를 맴돌았다. 문득 동생에게 이런 내 생각들과 걱정들을 말했다. " 글쎄.. 내 생각엔 데려와서 강아지랑 함께 지내면 후회는 안 할 거야. 하지만 안 데려오면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겠지?"

유기묘를 키우고 있는 1인 1 묘인 동생의 말이 나에게 용기가 되었다. 바로 강아지를 데리고 올 수 있는 케이지, 담요, 배변패드, 사료, 강아지가 쉴 수 있는 집, 조금의 간식, 강아지 칫솔, 치약을 구매하고

다음 날 나는 강아지를 보러 갔다. 그날은 내 음력 생일인 7월 7일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이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상징적인 날짜이자 이제는 더욱 잊을 수 없는 날이다.


- 경계심이 최고치인 무서운 강아지


"이 아이 몇 분이 보고 가셨는데 경계심이 높아서

그냥 갔어요"


이 한마디에 나는 겁이 났다. 혹시라도 나를 보고 짖거나 물려고 하면 어쩌지? 겁이 너무 많아 누군가가 오면 미친 듯이 짖는 강아지는 처음 나를 본 그 순간 당시에도 짖지 않았다. 눈물자국 가득한 눈으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 순간 내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는 게 창피해서 입술을 꾹 누르며 참았지만 결국 흘러내리고 말았다. 그때는 내가 하트를 선택했다고 생각했지만 아니다. 하트가 나를 선택한 것이었다.

2년 동안 어디에서 어떤 아픔을 견뎠는지 알 수 없는 물음표 덩어리가 나만을 바라보고 있다. 까만 콩 같은 두 눈에 새하얀 아이보리 털을 갖고 있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천사 같다는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나는 이미 반 정도 넋이 나가있었다. 입양신청서를 쓸 때도 손이 떨리기도 했다. 긴장한 것인지.. 앞으로 나와 강아지가 얼마나 행복할지 신나서인지 모르겠지만 서류 작업을 끝낸 후 심장사상충 검사와 예방접종을 맞고, 강아지 마이크로칩 (내장형)을 완료했다. 그리고 원래 먹던 사료와 간식까지 결제했다. 강아지를 이동장에 넣고, 택시를 타고 오는 순간에도 이 작은 강아지는 조용히 나를 쳐다봤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미리 공부한 지식을 토대로 '한 달 동안은 거리를 두고, 아이에게도 시간을 주자.'라는 생각으로 이동장을 연 순간, 하트는 나에게 와서 안겼다. '얘는 전생에 나랑 인연이 있었나?'라는 어이없는 생각이 들었다.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강아지는 내 발걸음 소리에만 짖지 않고, 한 번도 나에게 짖거나 물지 않았다. 다른 사람 걸음걸이랑 내 걸음을 도저히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트는 나에게만 음소거 강아지가 된다. 내가 이 아이에게 주는 사랑은 이 아이가 나에게 주는 사랑에 비해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서툰 내 사랑이 강아지에게는 세상의 전부이고,

가장 예쁜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나의 작은 그릇 안에 강아지의 자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내가 강아지를 키우는 게 아니라 강아지가 나를 키우는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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