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바빠서 잘하고 있다고 착각했다

다음 단계로 나아갈 시간

by 엘리엇


오전


아침 6시 출근을 하지 않아도 일어났다.



차가 많이 없는 새벽에 운전연습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유튜브로 짧게 영어공부를 하고

8시에는 스터디카페에 가서

두 시간 시험공부를 했다.

10시부터는 바로 옆 건물로 가서

필라테스를 한 시간 동안 한다.


오전 11시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고 뿌듯하다.



오후

점심을 만들어 먹고

1시간을 걸어 도서관을 간다.


1층 2층 할 거 없이 모든 테이블이 꽉 찼다.

태블릿을 보며 인강을 듣는 사람들

두꺼운 문제집을 푸는 사람들

노트북 위로 바삐 움직이는 손들

책을 읽는 사람들


주말보다 한가로울 것 같은 평일이지만

빈자리 찾기가 어렵다.


여전히 세상에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책가방을 옆에 두고 자리를 잡는다.

책상 위에 노트를 올려두고

책장사이로 간다.


제목을 훑어보며 돌아다니니 눈에 띄는 책이 있다.

오늘은 한 권이고,

어떤 날은 세 권이 넘는다.


도서관에 있는 세네 시간 동안

한 권이든 세권이든 펼쳐 읽는다.

다 못 읽어도 좋다.

내일 또 와서 읽으면 되니깐

돌아가는 길 가방이 무거울까 봐 빌리지는 않는다.


시간이 흐르는 줄 모르도록 집중할 때가 있다.


오늘은 아닌가 보다


새로 산 아이패드로 이것저것 시도해 본다.

블로그에 들어갈 사진을 편집하거나

다이어리를 쓴다.

그 순간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일을 한다.


슬슬 배가 고프다.

별로 든 게 없어 가벼운 가방을 메고

다시 한 시간을 걷는다.



저녁

오늘은 집에 오니 7시다.

돌아오는 길에 사 온 삼겹살을 구워 먹는다.

채소도 넉넉히 쌈 싸 먹는다.



저녁시간은 매일매일이 다르다.

화요일엔 친구와 약속이 있었고,

어젠 취미로 배우기 시작한

꽃다발 클래스가 있었다


또 오늘은 아무 일정이 없어서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뉴스를 보기도 하고,

노래를 틀어놓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거나

최근에 구독하기 시작한

클래스 101에서 관심 가는 강의를 눌러본다.

내 맘대로 적기 시작한 다이어리에

오늘 하루를 끄적끄적 기록해 본다.


슬슬 잠이 온다.


휴대폰을 손에 쥐고

침대로 기어들어간다.


카톡 몇 개를 보내고

스르르 잠이 든다.




한 달을 되돌아보며 문득 생각이 들었다.

3월은 나태해지지 않기가 목표였다.

그래서 하루를 세등분 했다.
오전 오후 저녁
각각 다른 목표를 가지고 움직였다.

한 달이 끝나 갈 때쯤
지금의 생활리듬에 적응한 것 같다.

초반에는
갑자기 늘어난 자유시간에
새벽 3시까지
말똥말똥 깨어있다가
12시가 다 돼서야 꿈뻑꿈뻑 일어나는
잉여로운 생활도 했다.

마음을 고쳐먹고
부지런히 유난 떨다 보니
지금은 잘은 모르지만
해보고 싶었던
이것저것들에 손대보고 있다.

소소하게 행복하다.
화분에 새싹이 돋았고
노래를 들으며 걷는 길이 즐겁고
새로 찾은 스터디카페가 마음에 든다.

그런데

나의 바쁜 하루가
내가 잘하고 있다는 걸 증명해 줄까?

나는 하루가 바쁘다며
스스로 잘하고 있다
착각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하루 일과들 중에서
대부분이 주어진 대로 꾸준히 해야 하는 수동적인 일이 대부분이다.

내가 주도적으로 부딪히며 성취해 내야 할 일에 시간을 쏟고 있지 않았다.


지금처럼 여유로운 생활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는 없다.

월급이 사라진 통장잔고는

시간이 지날수록

제 주인의 숨통을 조여 올 것이다.


내가 성과를 내보이지 않으면

이 순간은 끝이 난다.


다시 69시간 남의 회사에서

건강을 해치며

인간애를 잃으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해가며

가면을 쓰고 일을 해야 한다.


가뭄 속 단비인

월급하나 기다리며

그렇게 중독되어가야 한다.


4월은 좀 더 성공을 위해서 살아보자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살아보자

취미로 하는 것과

진짜 성취해 낼 목표를 구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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