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2시간 일을 합니다. 재미없는

25살의 번아웃

by 엘리엇
대학교 졸업을 하기도 전에 취직을 했다.

2019년 12월 교환학생을 끝내고 돌아왔더니 코로나 바이러스로 학교에 갈 수 없었다. 등교할 필요없이 집에서 놀면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으니 한동안은 편했다. 막학기에 더 취준에 집중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등학생 이후로 고향을 떠나 있던 내가 여기서 뭘 해야 할지 몰랐다. 갑자기 집에 갖혀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줄서서 마스크 사오기였다. 그때는 만나고 싶은 친구들도 없었다.

나태한 생활의 연속이였다. 새벽까지 드라마를 보다 늦잠자기 일수 였고, 나에게 오전은 커녕 오후도 없었다. 남는게 시간이였으니 흐지부지 근냥 흘려보냈다. 짜여진 프로그램 속에서 시키는대로만 살아오던 내가 갑자기 혼자서 취직준비를 하려니 갈팡질팡 이것저것 손대 보기만했다. 누구나 있어야한 다는 토익, 한국사, 컴활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으면 뭐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학교 다닐때 성적은 잘 나왔으니 남들 눈에 잘 보이고 싶었다. 꿈의 직장이라는 공기업에 도전해보고자 NCS공부도 도전해 봤지만 현실은 인턴자리하나 구하지 못하는 처지였다.


어영부영 5개월이 지났다.


나는 여전히 내가 하고 싶은게 뭔지 모르겠다. 취직이 뭐 길래. 사회생활이 뭐 길래 내가 해야할까. 왜 취직해야하는지 이해가 안되니 남들 다 쓰는 자소설도 안 써졌다. 준비하는 시간이 싫었고 빨리 일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학교를 통해서 작은 중소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넣었다. 취준사이트에 검색을 해보니 10명 중 8명이 1년안에 퇴사를 한단다(3개월만에 내 입사동기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수직적이다 못해 옛날 왕조를 되살려 놓은 것 같은 회사분위기란다. 이런 부정적인 말들만 가득한 회사를 나는 왜 지원했을까. 그저 지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지루했고, 다른 곳 보다 돈을 많이 준다고 생각했다.


그래 그 돈 때문에 나는 내일도 출근을 한다.


25살의 번아웃

곧 2년차 사회초년생이 된다. 그동안 졸업하고 취준해온 친구들도 하나둘 마음에 드는 회사에 들어갔다. 친구가 잘되니 나도 기뻤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복잡하다. 나는 준비없는 입사였을까. 남들이 길을 찾았을때 나는 길을 잃었다.


내가 길을 잃은 줄도 몰랐다. 그저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만하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집에서 회사까지는 10분정도 걸린다. 아침 7시 30분에 집을 나서서 7시 30분에 돌아온다. 바쁠땐 8-9시까지도 일을 한다. 매일 12시간씩 일을 한다. 시간이 길어도 좀 여유롭게 쉬는시간도 챙기면서 일하면 다행이지만 그런일은 없다. 사무직이라 쉬는시간은 따로 없다. 월급에서 공제되는 점심+저녁시간 2시간은 대부분 일을한다. 점심은 급하게 먹고, 저녁을 먹으려면 시간을 내야한다. 양에 치이고 시간에 쫓기며 12시간을 일한다. 그래도 잘 버텼다. 남들이 줄줄이 퇴사해도 12월까지만 버티기로 마음 먹었다.


나는 빨리 5000만원을 모으고 싶었다. 막상 12월이 지나니 번아웃이 제대로 왔다. 끝까지 버텨보니 돈은 모았지만 나는 건강을 빼앗겼다. 허리디스크, 편두통, 손목터널증후군, 난시... 한번 잃은 몸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쉬는 날 마다 병원을 가도 다시 출근해 파스를 붙이고 진통제를 먹어가며 일을 한다. 1년동안은 격주로 토요일에도 출근했다. 21년 부터는 주 5일제를 실시한다며 평일에 하루 쉬는 날을 준다. 하지만 그마저도 눈치를 보며 쉬고 요즘은 근냥 주 6일 출근을 한다.


회사 분위기도 말이아니다. 코로나가 심하니 점심시간에 잠깐 산책도 가지마라. 동료와 업무 외적인 이야기는 하지마라. 퇴근 후 헬스장도 가지마라. 가족도 만나지말고 집에 혼자 있어라. 매일매일 진단키트를 검사해라.


코로나로 식당을 폐쇄했다. 이젠 서류들을 잠시 치워두고 책상에서 밥을 먹는다. 급하게 씹어 넘기고 전화를 받는다. 잔 업무를 처리하면서 밥을 먹는다.


팀장은 또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린다. 안그래도 사람이 부족해 쉬는 날까지 반납하며 일하고 있는데 팀원을 다른 부서로 보낸단다. 1년 전 늘려준다는 인원 충원 약속은 이젠 나만 기억하는 거짓말이였다.



사실 이 모든걸 참을 수 있다. 허리 아픈건 오래 앉아있는 직장인들 모두의 고민이고, 21세기에 컴퓨터를 쓰다보면 손목도 아픈건 당연하고 블루라이트에 시력도 나빠진다. 나만 아픈게 아니니 별 의미를 두지 않고 일 할 수 있다. 이해가지않는 회사 방침 정도는 그러려니 따르는 척하며 지나갈수 있다. 이 정도는 견딜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안하려고 한다.


남들은 나에게 지금 퇴사를 해선 안되는 이유를 말한다. 신입인데 이정도 연봉이면 괜찮지. 요새 취업도 안되는데 근냥 있어라. 배부른 소리한다. 남들도 다 그렇게 일한다.


그래서 나도 한번 이유를 갖다 붙여 봤다.

퇴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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