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지도 한 장이 우리를 어디까지 데려다줄 수 있을까.
아이들이 어릴 적 우리 집은 가게방을 겸한 작은 공간이었다.
그 방 한편엔 낡은 세계지도가 걸려 있었고,
그 지도는 우리 가족에게 창문이자 꿈이었다.
비행기도 없고, 여권도 없었지만
그 지도 앞에서 우리는 세계를 여행했다.
상상으로, 마음으로, 그리고 언젠가는 진짜로.
나는 아이들에게 말하곤 했다.
저기엔 사막이 있고, 저기엔 눈이 내린다고.
배를 타고, 비행기를 타면 갈 수 있다고.
작은 손가락으로 국경을 넘나들며
이름 모를 나라들을 알려주었고,
그 아이들은 좁은 방 안에서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으며
지도 위의 점들이 꿈이 되는 법을 배웠다.
그때 우리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상상은 벽을 넘었고 마음은 국경을 몰랐다.
그 작은 공간은 세계였고,
그 순간들은 미래였다.
나는 그 아이들의 눈빛 속에서
언젠가 우리가 진짜로 세계를 걷게 될 거라는 믿음을 보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네 살 반 즈음되었을 때
우리는 정말로 세계를 향해 걸었다.
인도네시아의 습한 공기 속에서,
싱가포르의 반짝이는 도시 불빛 아래에서
그 작은 손들이 지도 위에서 꿈꾸던 나라들을
이제는 발로 딛고,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꼈다.
물론 여정은 쉽지 않았다.
지치고 힘들었던 어느 날, 우리는 빈탄섬에 머물렀다.
그곳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가게방에서 시작된 이야기들이
비행기 창밖 구름을 지나
현실이 되어 우리 앞에 펼쳐졌다는 걸 실감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꿈은 말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아이들의 눈동자 속엔
지도보다 더 넓은 세계가 있다는 걸.
지금, 그 아이들은 서른이 되었다.
나는 여전히 일을 하며,
그때의 눈빛을 기억하고 있다.
그 눈빛은 내 삶의 나침반이 되었고,
지도 위의 점들이 꿈이 될 수 있다는 걸
조용히, 가슴 한편에 담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