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수필 – 1평의 기적 (4)

by 뚜기

1평 작은 화단에

두 남자가 있다.


S 군의 말.


“엄마, 수박 꽃이 피어서 정말 좋았어.

나에겐 애정을 담은 ‘아이’ 같아서…

수박 한 그루가 꽃이 피었다고 하여

열매가 맺힐 수 있을까 싶어 검색해 봤지.


헐—

암꽃과 수꽃의 꽃술에

나비나 벌이 수분을 도와줘야 한다더라.

그런데 나비는 간헐적으로 한 마리,

벌은 보이지도 않고… 희망이 없더라고.


수박 박사님(할머니)께도 여쭤봤지.

결국 내가 직접 꽃술을 손으로 묻혀줘야 한다네.

‘애정 아이’라 그런지,

수박이라는 녀석의 생명과 꽃의 의미,

그리고 열매까지… 난생처음 공부를 다 했어.


드론의 도움으로 나비랑 벌을 초대해 볼까?

근데 내가 원래 벌레를 무서워해서 말이지…”


강 대장의 말.


“해바라기도 씨앗에서 발아하지.

아기처럼 자라나며 즐거움과 노란 미소를 피우더니, 이제 곧 노쇠한 해바라기가 될 거야.

아마도 내 인생 같달까?


씨앗을 얼굴에 품고,

노란 머리는 회갈색으로 바뀌고,

몸은 거무튀튀한 검버섯처럼 변해가고,

잎들은 맥없이 처지겠지.


너의 수박 ‘애정 아이’도,

나의 해바라기도 결국은 애정이야.

내년에 다시 볼 수 있겠지.”


뚜기의 시선.


뚜기는 S 군의 ‘애정 아이’라는 표현에 놀랐다.

어릴 적 벌에 쏘여 이마에 혹이 생긴 이후로

벌레 종류는 무서워한다.

응급차 삐뽀 삐뽀 소리도 싫어한다.


강 대장의 해바라기에

‘애정 아이’라 불러서 또 한 번…

부자지간에 초록은 동색이라더니,

하하하,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삶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