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처졌다는 감각은 어디에서 오는가
비교는
특별한 계기로 시작되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와 나를 견주기로
결심하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은
그냥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나보다 먼저 가는 사람을 보고,
나보다 잘해 보이는 누군가를 지나치며,
어느새 마음속에
보이지 않는 기준 하나가 생긴다.
그리고 그 기준은
조용히 질문을 바꾼다.
나는 괜찮은가에서
나는 충분한가로.
비교가 힘든 이유는
항상 누군가를 이기고 싶어서가 아니다.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먼저 앞서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교는
능력보다 속도를,
방향보다 위치를 묻는다.
어디쯤 와 있는지,
남들보다 느린 건 아닌지,
지금 멈춰 있어도 되는지.
이때 마음은
현재를 살지 못한다.
이미 지나간 장면과
아직 오지 않은 장면 사이에서
계속 자리를 옮긴다.
특히 아직 많은 것이
정해지지 않은 시기에는
이 감각이 더 또렷해진다.
정답이 보이지 않을수록,
각자의 속도가 다를수록
비교는 더 쉬운 기준이 된다.
남과 나를 나누는 일이
내 상태를 확인하는
가장 빠른 방법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교는
마음을 정확히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불안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바꿔줄 뿐이다.
그래서 비교가 멈추지 않을 때,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확신의 부재인 경우가 많다.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괜찮은지 알 수 없을 때,
사람은 남의 위치를 통해
자신을 확인하려 한다.
비교를 그만하라는 말은
이 지점에서 잘 작동하지 않는다.
그 말은 종종
마음을 더 고립시킨다.
이미 불안한 상태에서
또 하나의 기준을
추가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비교가 계속된다는 것은
아직 내 기준이
충분히 세워지지 않았다는 신호다.
그리고 그 기준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에서 시작된다.
이 글은
비교를 없애려는 시도가 아니라,
왜 마음이
그 자리에 오래 머무르게 되었는지를
되짚어보려는 기록이다.
어쩌면 비교는
지금의 내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아직 확실히 말하지 못하고 있다는
표시일지도 모른다.
그 질문이 남아 있는 한,
마음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