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척

감정이 문제처럼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

by 담빛

괜찮다는 말은
생각보다 자주 입으로 튀어 나온다.

정말 괜찮아서라기보다
더 설명하고 싶지 않을 때,
괜히 마음을 꺼냈다가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막막할 때
사람은 가장 짧은 말로 대답한다.


괜찮아요.

그 말 뒤에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감정이 남아 있다.


슬픈 것도, 화가 난 것도 아닌데
마음 한쪽이 계속 불편한 상태.

이유를 묻기엔 애매하고
그렇다고 그냥 넘기기엔
자꾸 신경이 쓰이는 느낌.


그래서 사람들은
이 감정을 성격으로 설명하려 한다.


내가 예민해서 그렇다고,
생각이 많아서 그렇다고.
문제가 마음이 아니라
나 자신인 것처럼 결론을 내려버린다.


하지만 괜찮은 척이 반복될수록
마음은 더 쉽게 지친다.


표정과 속도가 다를 때,
말과 감정이 어긋날 때
사람은 스스로를 돌볼 여유를 잃는다.


특히 아직 많은 것이
정해지지 않은 시기에는
이 괴리가 더 커진다.

잘 지내는 것처럼 보여야 하고,
뒤처지지 않은 것처럼 말해야 하고,
불안해 보이면 안 될 것 같아서
마음보다 먼저
태도가 단정해진다.


이때 감정은
문제가 된다기보다
짐이 된다.
그래서 그 감정은 없애야 할 것,

숨겨야 할 것으로 취급된다.


하지만 괜찮은 척이
처음부터 거짓은 아니다.
그 말은 종종
아직 말을 고를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호다.


아직 내 마음을
어떤 단어로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시다.


그래서 이 시기의 마음은
유난히 오해를 많이 받는다.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데 힘들어하고,
힘들다면서도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그 사이에서

감정은 점점 더 혼자가 된다.

괜찮은 척을 멈추라는 말은
쉽지만,
그보다 먼저 필요한 건

괜찮지 않을 수 있는 여유다.


아직 설명하지 못한 감정이
그대로 있어도 되는 시간.


이 글은
괜찮은 척을 내려놓으라는 조언이 아니라,
그 말이 나오기까지
마음이 어떤 과정을 지나왔는지를
천천히 살펴보려는 기록이다.


불안이 성격처럼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
사실은 마음이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신호를
문제로 규정하기 전에,
한 번쯤은
가만히 들어볼 필요가 있다.

이전 01화불안의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