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표현하는 야쿠쇼 코지의 얼굴

Shall we dance for perfect days?

by 레오

영화가 시작하며 쿄의 도심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 그리고 기타 리프가 인상적인 밴드 Animals 노래 House of Rising Sun 흐른다. 영화 전반에 청각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할 것이란 짐작이 간다. 얼굴도 보이지 않는 이의 골목을 청소하는 싸라기 비질 소리와 함께 새벽 아침 눈을 뜨는 히라야마상(야쿠쇼 코지)의 일상 루틴이 시작된다. 이불 개는 소리, 양치질, 화초에 물 뿌리는 분무기 소리, 자판기에서 캔커피 뽑는 소리, 자동차 시동 거는 소리만 들리고 한참 동안 대사 한마디 없이 영화가 전개된다. 아침 루틴 후 히라야마가 입는 점프수트 형식의 출근복 등에 'Tokyo Toilet'으로 보아 공공화장실을 청소하는 직업임을 짐작할 수 있고 출근을 챙겨주는 가족이 없다. 영화를 표현하는 도구는 소품 소리와 히라야마가 차 안에서 선택하는 한물간 그것도 50년은 된 가요무대급 음악이다. 그것도 카세트테이프인데 정겹게 느껴지니 나도 한 물 갔다.

사진 : the movie database


영화는 아무 대사도 없는 히라야마의 일상을 평일과 주말 약 2주간의 모습을 그린다. 동료, 가족, 주변 인물들의 변화에 의한 조그마한 변화만 있을 뿐 똑같다. 청소도구와 직접 개발한 청소 보조 도구를 잔뜩 들고 공공 화장실을 열심히 청소하는데 함께 근무하는 동료가 히라야마에게 내 것도 아닌데 뭘 그리 열심히 하느냐 묻는다. 내 생각도 그랬다. 청소는 오전에 마치고 점심식사 이후 퇴근이다. 업무복을 입고 신사(神社)를 찾아 편의점에서 구매한 빵과 우유를 먹으며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보며 좋아한다 그리고 기록으로 남긴다. 후지필름을 장착한 구식 카메라로 나뭇사이의 하늘을 찍는다. 도쿄식 쪽방으로 돌아온 히라야마는 자기만의 시간을 보낸다. 자전거 타고 동네 공중목욕탕에서 피로를 풀고 지하철역에 있는 단골 식당에서 식사 후 집으로 와 잠들기 전까지 책을 읽는다. 방엔 TV도 없다. 이게 평일이고 주말에도 루틴이 있다. 늦잠 자고 또 다른 단골 식당에서 맥주 한잔과 식사 그리고 주인장과 가벼운 대화, 그리고 중고서점에서 일주일간 읽을 100엔짜리 문고판 서적 구매, 필름 현상소를 찾아 현상을 맡기고 새 필름 구입, 사진 찾기 그리고 집에 돌아와 쓸만한 사진을 추린다. 그의 쪽방에 진열된 카세트테이프들과 사진함은 그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이다. 영화는 이 장면들을 반복한다.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영화가 보여주는 지루해 보이는 독신 남자의 일상이 묘하게 빠져들고 먹먹해진다. 빔밴더스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내게 꽂혔나 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오래된 내가 공감하는 볼거리가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영화 밴드 퀸과 프레디머큐리 소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면서도 빠져들었다.


나이 들수록 위축되며 유행 혹은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 뒤쳐질까 하는 걱정을 가끔 했다. 이미 K-pop은 포기했고 소위 말해 핫플과 맛집을 따라가기도 버겁다. 나도 영화에서 히라야마가 조카에게 '스포티파이'가 어디에 있는 가게냐고 물을 수 있다. 남들 위해 사는 것도 아니고 남을 불편하게 하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히라야마는 매일 새벽일 나가며, 하늘을 바라보고 미소 짓는다.

사진 : google


누가 보아도 기분 좋게 시작하는 일상이다. 아, 미소로서 퍼펙트데이가 되기를 기원하나 보다. 그 미소는 얼굴이 되고 또 분위기가 되고 눈가에 아름다운 주름이 되어 멋있게 나이 든 노년의 향기를 풍긴다. 그 향기는 대중목욕탕, 단골 식당에서 족하다

영화 초반부에서 보았고 극 중 조카가 물어봤지만 나뭇가지와 햇살은 히라아먀의 친구이다. 그의 일상의 중심은 도쿄스카이트리이다. 그의 행동반경은 도쿄스카이트리가 보이는 지역을 벗어나지 않고 차 안에서 카세트를 듣는 시작도 시야에 스카이트리가 보여야 한다. 완벽한 하루를 위해 하는 구도자의 원인행위이다. 그것도 빔벤더스가 그리는 예쁜 도쿄골목에서다.


영화의 중요한 장면은 히라야마의 표정연기로 빔벤더스가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일 것이다. 1965년 공개되어 내년에 60년이나 되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Nina Simone의 노래 Feeling Good을 뒤집어쓰는대도 억눌렀던 감정을 대사 없이 롱테이크로 화면을 채운다. 야쿠쇼 코지의 연기로만 보이지 않는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나 감독은 여운으로 관객을 붙잡아 둔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자막으로 묻지도 않은 답을 준다

'코모레비' : 그렇게 마음에 남고 기억에 잡아 두려 한 순간들이 모여서 인생이 되고, 삶으로 모인다, 그러니 어느 것 하나 특별하지 않은 순간은 없다.


그러나

퍼펙트 데이의 근원적인 질문은 풀리지 않았다.


단골 식당 사장 '그냥 이대로 살 수 없나요?'

히라야마가 단골 식당 전 남편에게 그림자 놀이하며 하는 말 '변하지 않으면 말이 안 되잖아'


커버사진 : 뉴스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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