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전의 즉 1991년 11월 중 하루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는 날이 있다. 보통의 남자 대학생들은 2학년 정도 마치고 군에 입대해 짧게는 1년 반, 길게는 약 3년을 의무 복무 후 복학한다. 난 보통 남학생과 달리 4년을 내리 대학생활을 했다. 뭐, 그렇다고 고시나 다른 뾰족한 수도 없었다. 단지 군에 가기 싫었을 뿐이다. 4학년이 되어서야 일반 병으로 가긴 싫고 ROTC 기회도 없고 학사 장교를 가면 '편하겠다'는 기대와 당시엔 장교 출신들 취업도 잘 되었다. 그래서 선택한 길이었다.
4학년이니 동기도 없고 수업도 거의 없었으나 학교는 매일 나갔다. 마침 같은 학교에 고등학교 동기 한 명도 나와 같은 생각이어서 매일 만났다.
그 친구도 육군 보다 근무지가 대도시에 인접한 공군 장교 합격을 목표로 했다. 과목도 단순했다. 전공, 영어 시험, 국민윤리(과락) 등이다. 대기업 입사나 고시 수준이 아니고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족보도 없었다. 그냥 떨어지면 곤란하니 마음의 안정을 위해 도서관에 나가 토플책만 보던 시기였다.
강남 집에서 이문동까지 버스를 타고 또 3호선을 타고 또 용산에서 강변을 다니는 "똥차"를 시간 맞추어 타는 등교의 여행이었다.
'Made in Malaysia' AIWA 카세트에는 늘 Queen 아니면 김현식의 테이프가 꽂혀있다.
11월 24일 옥수에서 8시 12분 똥차를 놓치는 바람에 제법 찬바람이 부는 승강장에 앉아 Queen의 'The Works'를 들었다. EMI에서 발매한 테이를 너무 들어 두 번째 산거다.
앨범 중 'Is This The World We Create...?'을 좋아한다.
Take a look at all the suffering we breed
So many lonely faces scattered all around
Searching for what they need
Is this the world we created?
What did we do it for?
Is this the world we invaded
Against the law?
So it seems in the end
Is this what we're all living for today?
The world that we created
You know that every day a helpless child is born
Who needs some loving care inside a happy home
Somewhere, a wealthy man is sitting on his throne
Waiting for life to go by
Oh-oh, is this the world we created?
We made it on our own
Is this the world we devasted, right to the bone?
If there's a God in the sky, looking down
What can he think of what we've done
To the world that He created?
사실, 학생 때 내 힘으로 번역해 머릿속에 남아있는 곡인데 똥차 놓치고 저 가사를 음미하고 있었다. 또 이곡은 Freddie Mercury가 진심으로 부른다는 느낌도 준다. 그래서 좋다
여느 때와 같이 도서관 5층, 구내식당 그리고 같이 공군장교 시험 준비하는 친구와 당구장을 돌았다. 수험생 답지 않게 5시에 집에 가 저녁을 먹었다. 이렇게 11월 24일을 보냈다
다음날 석간에 Queen의 보컬리스트 Freddie Mercury가 본인은 AIDS 환자이고 도움을 청한다는 기사를 보았고 그다음 날에는 사망 기사가 떴다. 그 해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눌지도 않던 내가 가슴이 무척 아팠다. 그게 상실감이었을 것이다. 이후 난 Queen의 음악을 듣지 못했다. 상실감이 있었어도 다행히 공군 장교 시험에 합격했다.
다시 그의 음악을 듣게 된 건 2018년 영화 Bohemian Rhapsody를 보면서이다.
제목을 Bohemian Rhapsody로 하고 그를 생각하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내가 보낸 가장 좋은 시간이 떠 올랐다. 이렇게 Freddie Mercury를 또 추모한다.
집에 음반을 찾아보았더니 1974년에 Bohemian Rhapsody가 4집 'A Night At The Opera' '뒷면'에 수록되었으나 우리나라에서 금지곡 지정으로 Bohemian Rhapsody 없는 라이선스 LP를 아직 소중히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