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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Mar 16. 2024

80 老母에 카카오톡을 알려드렸다 (2)

부작용

어머님은 늦게 카톡의 편의성을 알게 되셨고 나름 재미도 찾으신 듯하다. 아직 대화 수준에 머무는 카톡 이용자이니 문자와 크게 다른 점은 없어 보여도 어머님이 받는 카톡은 문자 외에 동영상, 다양한 이모티콘들이며, 카톡 상대방의 사진도 보시는 즐거움도 알아내신 듯하다.


스마트폰을 개통한 대리점 직원이 내게 연락 왔다.

어머님 전화사용이 편하도록 전화 케이스, 액세서리 준비했으니 어머님 다녀가시면 좋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카톡으로 어머님께 알려드렸다.

집에서 한 정거장 거리임에도 어머니는 직접 가서 악세가리도 받고 '상담'도 받으시겠다신다.

나는 상담이 뭐냐고 물으려다 스마트폰 알아가는 즐거움을 뺐는 거 같아 그냥 넘어갔다.

이틀 후, 어머님께 상담 잘 받으셨냐고 여쭈었더니 " 그래, 많이 물어봤고 친절하게 가르쳐줬다"라고 답하셨다.


시내에서 일정을 마치고 다시 어머님댁을 찾았다. 새 스마트폰에는 카드를 넣을 수 있는 케이스가 있었고 거치대 등 대리점에서 많이 받아온 액세서리가 눈에 띄었다.

대리점에서 뭘 상담받으셨냐 여쭈었더니 개통되자마자 보이스피싱이 와서 어떻게 하면 되는지 사진을 보낸 거 같은데 영 불 수 없어 상담받으셨다신다.

구닥다리 전화기 쓰실 때 한 번도 받지 않던 보이스피싱이 뭔지 궁금했다. 이유를 알곤 앞으로 실제상황 보이스피싱도 걱정 없겠다 싶었다.


카카오톡 개통 직후 미국에 있는 조카에게 시험 삼아 카톡을 보냈는데 답은 오지 않고 "보이스톡"이 몇 번 와서 절대 안 받으셨고 이럴 때 어찌하면 되는지 상담받으셨다신다. 물론 매장 직원은 안심시켜 드리고 편히 전화처럼 받으시라 했겠지.

한편, 함께 사시는 큰이모는 여전히 카톡을 모르신다. 근 일주일간 어머님을 카톡에 빼앗기신듯하고 또 조카도 카톡이 개통된 이모에게 수시로 연락하니 큰이모는 샘이 나는 모양이다.

두 분이 좀 투닥투닥한 합리적 의심이 든다.


아직 난 어머님께 카카오택시 사용법을 알려드리진 않았다. 그러나 친하게 지내는 동네 IT 대가 할머니로부터 노하우를 전수 받으신 듯하다.

시내에 병원 다 오시는 길에 복습 차원에서  카카오택시로 호출하셨나 보다. 그런데 호출 후 배정받은 택시는 이용 않으시고 지나가는 택시 잡아 타신 모양이다. 당시 어머님 전화기의 남아있던 통화목록을 보니 저장되지 않은 호가 있는데 아마도 호출받은 기사님의 호출승객 어머님을 애타는 전화였겠다. 어머니는 당연히 모르는 번호라 받지 않으셨단다.


여러가지 생각이 났지만 어머님의 신문물에 빠지셨음은 틀림없고 재미있어 하시는 건 분명하다. 더욱이 안전하게 사용하고 계심은 다른 부작용이다.


이번 주일 성당에서는 이렇게 기도한다.

'과학 기술의 발전 속에서 오히려 소외된 이들을 굽어보시어, 주님 몸소 위로하시고, 저희가 이들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더불어 살아가도록 이끌어 주소서'

어머님뿐만 아니라 키오스크와 스마트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께 편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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