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난 그냥 지렁이일 뿐이야

by 포근한실공방

요즘은 다들 자기계발하느라 바쁘더라.
부동산, 재테크, 영어 공부, 부업, 자격증…
열심히 사는 건 좋지.


근데 그 갓생 이란거 난 좀 부담스러워.


왜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들까?


뜨개질도 그래.
예전엔 다들 뜨개를 ‘사랑’했어.


근데 요즘은 다들 뜨개로 뭔가를 ‘해야’ 하더라.
도안을 팔고, 클래스 열고, 유튜브에 올리고,
“이걸로 수익을 내야 의미가 있지 않나?”
그런 식으로.


근데 꼭 그래야 할까?
그냥 집에 손수 만든 컵받침이 있고,
소파에 내가 뜬 블랭킷이 덮여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 목에 내가 만든 목도리를 두르는 걸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거잖아.


왜 ‘좋아하는 일’을
굳이 ‘성과’로 만들어야 할까?


요즘 뜨개 시장을 보면 마음이 조금 씁쓸해.
누가 더 빨리, 누가 더 비슷하게,
누가 더 많이 조회수를 얻는가의 경쟁 같아.


정성을 담은 작품보다
카피가 더 빨리 소비되고,
진심은 묻히고 말지.


만약 네가 여러 날을 들여 만든 작품을
유명한 뜨개 유튜버가 비슷하게 만들어서
“무료도안이에요~” 하고 공개해 버린다면 어떨 것 같아?


그 허무함, 나는 너무 잘 알아.

그래서 요즘 난 잠시 돌아가는 중이야.


글도 쓰고, 강아지랑 놀고,
뜨개는 예전처럼 조용히 해.


누구보다 빨리 가려던 발걸음을
잠깐 멈춰보는 중이야.


경쟁이 싫은 게 아니라,
경쟁은 나를 지치게 하니까.

사람마다 속도가 다르잖아.


누군가는 치타처럼 빠르게 달려 사냥을 하고
누군가는 지렁이처럼

비가 오면 비를 피하려고 꿈틀대며 살아가
나는 후자야.


느리고, 덜 화려하지만
그게 나야.


ChatGPT Image 2025년 11월 12일 오후 02_25_02.png


누가 뜨개질 해서 달라고 하면,

이거 하나 만드는데 내 시간, 정성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알아?

실가격 다 책정하면 얼마인 줄 알고 산다고 이야기해?

라고 말하지 않고,


나 이거 만드는 동안 간식 사 와서 옆에서 재잘재잘 떠들어 줘

라고 말해,


아님

이거 같이 만들고 싶은 사람???

이렇게 원데이 강의 공지를 띄우기도 해



그렇게 하다 보면 신기하게,

크게 성공하지 않아도

주변에는 이상한 평화가 생겨서

빨리 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들,
지렁이를 봐도 밟고 지나가지 않는 사람들이
하나둘 옆에 모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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