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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 '케니키' 멋있다

그날의 '아찔해' 팀이 그립다

by 흐르는 강물처럼

‘오십이만 육천육백분의 귀한 시간들’ 공연이 끝난 지 2주가 다된 시점에도 그날의 감동은 깊은 여운으로 남아있다.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그날의 공연 영상이 들어 있다. 매일 컴퓨터를 켤 때마다 보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 정말 신기하고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던 추억이다.


연습 내내 우리 팀의 구멍 역할을 맡았던 나는 많이 부담스러웠다. 비록 내가 '아찔해'팀에서 주연 ‘대니’가 아닌 조연 역할 ‘케니키’를 맡았지만. 정말 미치도록 잘하고 싶었다. 연습할 공간도 마땅치 않았고, 없는 시간도 쪼개서 연습했다. 매일 과학관 지하 109호, 7호관 지하주차장을 전전하며 어렵게 연습했다. 연습이 끝나고 집에 들어오면 항상 시계가 새벽 한 시를 가리켰던 기억도 난다. 에어컨도 안 나오는 교실에서 땀 흘려 가며, 오직 6월 1일 발표날만을 위해 달렸었다.


그 와중에도 피어나는 웃음꽃과 즐거움이 나를 지탱해주었다. 교수님과 체험 뮤지컬 팀원 앞에서 리허설할 때 느꼈던 부담감과 중압감은 참으로 컸다. 공연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과정 중에 느꼈던 수많은 감정이 6월 1일 단 하루 단 한 번의 공연을 위해 존재했다. 그래서 연습처럼 아니, 실전처럼 더욱 잘하고 싶었다. 행여나 무대 위에서 안무가 틀리면 어쩌나. 코러스가 안 맞거나 대사 타이밍을 놓쳐서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한다면 어찌 될까. 정말 평생 후회로 남을 것 같아 연습에 몰두했다.


"이건 학예회가 아니다, 너희들은 프로처럼 해야지,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다."

교수님 말씀처럼 미친 듯이 잘하고 싶었다. ‘즐기자’ ‘까짓것 신나게 놀자’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리허설을 무사히 마쳤다. 동선을 체크도 하고 준비물을 챙기고 대망의 공연 당일을 맞이했다. 공연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잠을 설쳐 4시간 정도밖에 못 잤다. 발표 직전까지도 핸드폰으로 내 모습을 녹화하면서 대사나 안무 등을 빠짐없이 체크했다.


'프레디 마이러브'팀이 공연을 하러 들어가고 우리는 무대뒤에서 대기를 했다.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을까. 부모님과 친구들은 어디에서 보고 있을까. 실수는 안 할까, 등등 수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떨리지는 않았고 무대에 빨리 나가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


이윽고 '프레디'팀이 공연을 마치고 암전이 왔다. 대망의 공연이다. 즐기자! 미친 듯이 놀자! 크고 밝게 그리고 웃으면서 여유를 부리자! 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대사를 치고 연습 때보다 오버하면서 리액션을 하고, 안무할 때 웃으며, 그리고 코러스는 크게 하면서 여유를 부렸다. 공연하는 도중, ‘이 무대를 위해서 보낸 3개월의 대장정이 생각이 니사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연습 때 사실 우리 '아찔해' 팀을 주목하는 사람은 없었다. 공연 팀 중 가장 짧은 공연 시간과 쉽고, 얼마 없는 대사와 라이트닝처럼 이목을 끄는 요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잘하고 싶었다. 박수받고 싶었다. 비록 처음에는 초라한 우리였지만, 결국 이만큼 우리가 이루어냈다는 걸, 이렇게 많이 준비했다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 '아찔해' 팀은 공연을 무사히 마쳤다.


가장 기분이 좋은 것은 무대를 내려오는데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였다.

"케니키, 멋있다!"

그때 3개월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진 것 같다. 그리고 같이 고생해서 준비한 '위고 투게더', 같이 불렀던 '시즌오브러브' 공연도 무사히 마쳤다. 결국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우리 체험뮤지컬 팀이 이뤄냈다는 생각에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대기실에 들어갈 때는 서로 미친 듯이 껴안고 외치고 소리 질렀다. 마지막 무대를 마쳤을 때는 만감이 교차했다. 기쁘기도 했지만 이제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슬프기도 했고, 슬프다가도 무사히 잘 마쳐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가도 앞으로 연습은 없겠구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대학생활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수업이 된 것 같다.


체험뮤지컬을 통해서 타인을 향한 내 마음이 좀 더 열린 것 같다. 남들은 요즘 내게 말한다.

"왜 이리 밝아졌냐? 무슨 좋은 일 있냐?"

그만큼 잘 웃고 쾌활해진 것 같다. 나에 대한 자존감도 많이 올라갔고, 50명의 체험뮤지컬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모두가 친구가 되었다. 소통하는 법을 알고, 어울리는 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한 결과다.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바로 50명의 체험뮤지컬 사람들이라고 하고 싶다. 교수님께서도 말씀하셨다

"공연은 끝났지만, 우리의 인연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아끼고 간직하며 좋은 감정으로 쭉 가고 싶다."


내가 나를 평가한 점수는 A+라고 생각한다. 정말 3개월 내내 케니키가 되려고 했다. 무엇보다 소통하려고 노력했고, 미친 듯이 밤을 새워가며 혼자 연습했기 때문이다. 내 생애 최고의 순간,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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