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우울증... 그 뿌리를 찾는 K-직장인의 독백
나는 자랑스러운 K-직장인이다. 햇수로는 6년 차를 앞두고 있다. 현재 사회복지직 공무원이고 구청과 동주민센터를 벗어나 재단에서 파견근무를 수행하고 있다. 6년 차면 돌아가는 사정을 어느 정도 알 만도 하지만, 사실 내가 하는 업무만 관심 있을 뿐, 별로 관심이 없다. 남들은 승진이며, 인사고과에 목숨을 걸지만, 아직 철이 안 든 건지 별로 신경이 안 쓰인다.
공무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도 잘 모른다. 관심이 없다. 제휴 맺은 호텔의 숙박비를 지원하는 제도도 올해 처음 이용했다. 남들은 매년 목숨 걸고 이용하는데 나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복지포인트며, 출장비, 건강검진비 지원 등 현금성 지원도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럴 나를 보면서 남들은 '정신 차려라', '악착같이 찾아먹어야 한다'라고 얘기하지만..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보낸다. 내 마음속에는 '그 돈 모아서 아파트를 사냐, 부자가 되냐, 아무 의미 없다 '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하루는 이런 내가 이상해서 정신과를 가서 상담을 받아본 적이 있다. "모든 일상이 무의미하고, 이게 무슨 의미가 있냐 하며 살고 있어요"라고 말하자, 의사 선생님은 "이건 우울증의 증상 중에 하나예요, 한번 검사해 봅시다"라고 말씀하셨고,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 '우울증'진단을 받았다. 출근할 때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마음처럼 불안, 초조했으며, 주말 이틀 동안 침대에서 생활했고, 가끔씩 까닭 모를 숨이 가빠오며, 가슴 한 곳이 푹 꺼진 것처럼 느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기에 '우울증'진단은 내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우울증을 앓아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일을 그만두는 사람들을 보면 '쯧쯧.. 나약한 XX.. 원래 사는 게 힘든 건데.. 그런 약한 마음을 갖고는 아무것도 못해..'라며 무시하고 이해하지 못했다. 특히 남자 우울증에 대해서는 동성으로써, 한심스럽게 느끼며 경멸했다. 미친 듯이 일하거나 운동하면 우울증을 걸릴 수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우울증은 할 일 없이 시간이 남아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서 걸리는 병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내가 우울증이라..'
돌이켜보면, 최근 몇 년간 천천히 나 자신이 많이 바뀌었다. 우울증 걸리기 전에 나를 정의 내리자면 '유머를 즐길 줄 알고, 매사에 여유 있고, 긍정적이고, 뭐든 할 수 있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었다. 개그콘서트를 좋아했으며, 개그맨을 흉내 내면서 유튜브에 동영상도 올린 적도 있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인터넷 방송도 도전할 만큼 흥미를 느끼는 일에는 도전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동안,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개그콘서트는 안 본 지 오래되었으며, 유튜브도 시청자 모드로 되었으며, 행동반경이 일-집-일-집이 되어버린 반틈 일을 제외한 어떠한 것에도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인간관계도 점점 더 축소되었다. 모든 게 의미 없다고 생각을 하기 시작 한 이후부터, 친구, 지인과도 만나는 시간도 매우 줄어들었다. 가끔씩 동창모임에 가서 얘기를 해도 절대 내가 친구들을 먼저 찾지 않았고, 나를 찾는 연락이 와도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자는 제안을 거절했다. 심지어 대인기피증 증상도 생겼다. 사람이 싫어서 피하는 것도 있지만, 사람이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취업을 했고, 월급을 받으며, 적어도 1인분은 하기에 높은 자존감으로 똘똘 뭉쳐도 괜찮을 나였지만, 자존감은 매일 신저가를 달성했으며, 자존감이 바닥을 찍을 때는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종합적으로 볼 때, 내 우울증은 매우 중증이었고 현재 진행 중이었다..
우울증의 원인은 뭘까... 무엇이 나를 우울증의 굴레로 인도한 걸까.. 우울증과 어떻게 만나게 된 걸까..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