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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을 그만두어야 하는 이유, 첫번째

by 흐르는 강물처럼

나는 서울시 사회복지직 공무원으로 6년차에 접어든 중고 공무원이다.. 공무원.. 누군가에게는 선망의 대상이고 현재도 노량진에서는 공무원을 목표로 열심히 하는 공시생분들이 많은걸로 알고있다. 음주음전이나 성폭력 범죄를 저질르지 않는 이상,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 안정성과 사회적 인식으로 '저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라고 얘기하면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적어도 평타는 치는 그런 직업이 바로 공무원이다.

그럼 이 좋은 공무원을 왜 그만두어야 하냐고? 바로 나의 그 지독한 '책임감' 때문이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작고 소중한 봉급에 비해 무거운 책임감이 뒤 따르는 직업이다. 공무원은 대한민국 국민의 공적인 업무를 도와주는 업무를 도와주는 직업인데, 상상이상으로 '책임감'이 뒤따른다. 저연차 때는 멋도모르고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숨이 막힌다. 정말 목을 조르는것처럼 느껴진다. 작은 업무부터 큰업무까지 책임감이 뒤따르는데, 한 업무를 처리해도 연속적으로 업무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그때마다 일처리를 해야하는데, 일이 한꺼번에 몰려올 때도 있고, 하나의 업무를 처리하는 동안에 다른 업무를 처리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신규때는 마치 미션을 깨는것이라고 자기 최면을 하면서 일을 했지만, 요즘은 자기최면을 걸어도 소용없다. 디펜스 게임을 하면, 처음 할 때는 자신감이 넘치지만, 스테이지가 넘어갈 수록 벽을 느끼는 심정이 지금 내가 느끼는 심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적벽대전에서 수많은 적을 계속 해치우고있지만, '이거 언제 끝나지?'하는 생각이 드는 조자룡의 심정이 지금 내 심정과 유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재미있는것은, 공무원업무는 일을 완벽하게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일이 끝난게 아니다. 나는 사회복지직공무원으로 일하고 있기에, 성금 배분업무등을 하고 있는데, 돈과 관련되어있는 업무 특성상, 대상자 관리 및 회계관리라는 부수적인 업무가 뒤 따른다. 한마디로 큰 업무가 작은 업무를 낳고, 그 작은 업무가 세부적인 업무를 낳는다. 글을 쓰는 이순간에도 숨이 턱막히는 느낌이 든다.

나는 업무의 생각을 주말에도 생각한다. 생각하려고 하는게 아니라, 주중에 처리를 못하거나, 완벽히 일을 했더라도, 자꾸 내가 했던 업무가 생각이 난다. 이 빌어먹을 책임감때문에, 주말에 재밌는 영화를 보거나 좋은 곳에 놀러가더라도 완벽하게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

이제 떠나려고 한다. 공무원 현직을 내려놓으려고한다. 부모님 포한 친척, 친구, 지인들, 그리고 동료, 팀장은 놀라겠지.. 근데 그들이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건 아니잖아? 눈치볼거 없이 내 결정에, 내 선택에 책임을 지고 떠나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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