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을 그만두어야 하는 두번째는 내 자신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공무원을 하기 전에 나는 경미한 우울감이 있었지만, 매사에 긍정적이었고, 에너지틱한 사람이었고, 나름대로의 개그감도 갖고 삶을 여유롭게 사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2019년 사회복지직 입직을 한 이후로, 내 성격은 완전 바뀌었다. 경미한 우울감은 우울증상으로 발전(?!)되었고, 긍정적이었던 내 모습은, 매사에 관조적, 비난적으로 바뀌었다. 개그감은 온데간데없이 증발해버려고, 삶의 여유도 사라졌다. 유일하게 내가 즐기는 삶은 주말뿐이었기에, 주말만을 기다렸고, 일요일이 오후 10시가 지나면,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불안감을 느끼며 잠을 청했다. 오히려 공무원을 준비하는 과정이 내게는 매우 행복했다. 그런데 입직을 하고, 일 할때마다 공무원에 대한 환상이 깨질때마다, 성격도, 가치관도, 태도도 시시각각 바뀌어갔다.
원래도 MBTI도 I로 시작해서 내성적이었지만, 일을 하면 할 수록 극도로 내성적이 되었다. 남의 눈치를 더보고, 소극적이 되버리고, 내 의견조차 잘 피력 할 수 없는 성격이 되버렸다. 가끔 고등학교 동창모임을 나가면, 친구들은 바뀐 내 모습에 대해서 놀란다. 왜 이렇게 변했냐면서,, 친구들이 기억하는 내 모습은 자신감 넘치고, 열정적인 모습의 사람이었다고 한다. 근데 현재 내 모습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힘이 없다. 그냥 버티며 사는것 같다. 내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뀌려고, 공무원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행복하려고 선택을 했다. 그런데 전혀 행복하지가 않다. 인생을 바라보는 내 관점과 태도가 너무 부정적으로 변했다. 사람도 싫고, 일도 싫고, 새로운 운동을 하려고 해도 '그까지거 할지언정, 무슨 의미가 있냐'라고 생각을 계속 한다.
매달 통장에 꽂히는 돈은 직업에서 발생한 모든 스트레스, 부정적인 감정을 포함해서 계산된 금액이라는건 잘 알고 있고, 30대 후반인 내 나이에 이런 빌어먹도록(?!) 안정적인 직업에 일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한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돈이 무슨 필요가 있냐'라는 생각도 든다.
이제 벗어나야 할때다. 내가 살려면, 내 자신을 위해서라도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내려놓을때가 온 것이다.
나는 떠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