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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척, 엄마에게 잘 해야 한다는 마음

-동정으로 시작된 죄책감, 이제는 멈춘다

by 은혜

"항시 배를 곯았어"

엄마의 인생은 늘 허기에서 시작됐다.

몸도 마음도,

뭐 하나 가득 찬 적이 없었다


“열다섯에 식모살이 시작됐지.

식구들 입 하나 덜려고 고향 떠났어.

결혼하고도 느그 아빠랑 살면서 속 썩고…

뭔 놈의 팔자가 이런가 몰겄다.”


입버릇처럼 말하던 엄마의 인생.
나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엄마는 힘든 사람이라는 걸.

그래서 다짐했다.
나라도 잘해드려야지.
엄마에겐 상처 주지 말자.

그 다짐은
언젠가부터 역할이 되었고,
나의 자리가 되었다.

엄마 앞에선
힘들단 말 꺼내본 적 없다.
엄마가 더 힘들어 보였으니까.

기분 맞추고,
말 맞추고,
늘 조심했다.

좋은 딸이 되려고
애썼다.

그런데도
짜증이 올라왔다


“왜 나만 참아야 해?”
“왜 내가 더 이해해야 해?”


엄마가 시킨 일,
안 하고 버텼다.
말끝에 짜증을 실었다.

곧장 죄책감이 몰려왔다.


‘엄마가 뭐라고 하신 것도 아닌데…’


그러면 또,
엄마 기분을 살폈다.
덜 힘들게 하려고
조금 더 애썼다.

다시 짜증,
또 죄책감.

억울한 감정의

무한반복이
계속됐다.


말이 줄고,
감정도 말랐다.

무기력.
몸에 철퍼덕,
깔려 앉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알았다.

나는 엄마를 사랑해서 위로한 게 아니었다.

엄마가 불쌍해 보여서,
그 삶에
나까지 들어가 버린 거였다.

동정이었다.

그게 사랑이 아니란 걸
이제야 안다.

그리고 그 동정이
억울함과 죄책감의 씨앗이라는 것도.


얼마 전,
내 딸이 내게 말했다.

“엄마는 늘 힘들어 보여서…
내 얘기 꺼내면
무너질까 봐 말 못 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오래전의 나를 봤다.

괜찮은 척했던 그때의 나.

그렇게 시작된
동정과 죄책감의 감정 무한반복.

이제는
그 고리를
내가 끊어야 한다.



“혹시 당신도 엄마를 위로하다 지친 적 있나요?”



#엄마를 위로하다 지친 딸

#동정은 사랑이 아니다

#감정루프를 끊는 법

#난 왜 항상 참았을까

#죄책감과 억울함의 감정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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