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힘들지, 우리 밥 먹자

100일 글쓰기(곰사람 프로젝트)-13일 차

by 은혜

먹순이, 먹깨비, 먹짱은 모두 딸이 내게 붙여준 별명이다. "엄마는 먹는 거에 아주 진심이더라, 다른 건 허술하면서 먹는 거에만 기준이 엄격한 것도 웃겨"


딸이 외식을 하고 온 날 손에 배인 냄새를 킁킁 맡다가 "숯불 닭갈비 먹었네. 아주 열심히 구워댔나 봐. 손에서 불향이 난다" "엄마, 나 소름 돋았어. 냄새로 메뉴를 정확히 맞췄어"


그날 이후 나는 쩝쩝 박사로 등극됐다. 나는 이 모든 별명에 내심 먹부심을 느끼며 좋아한다.




"오늘 모든 재료가 소진돼서 조기마감합니다" 먹순이인 나는 이 문구에 가슴이 마구 소용돌이친다. 아쉬움과 동시에 검증된 맛집이 하나 추가 돼서 기쁘다.


그리고 재방문을 다짐, 또 다짐하며 발길을 돌린다. 오늘 간 삼계탕집이 그런 맛집이다. 12시가 조금 지난 시간인데 유리창 너머 매장 안은 이미 만석이다.


먹순이들은 식당 안에 들어서자마자 공기의 흐름으로 맛집을 알아본다. 활기 넘치는 종업원과 주인장 포스 그리고 맛있는 냄새, 그 모든 것을 본능적으로 한 번에 느낀다.


40년 된 집이라 인테리어는 낡은 듯했지만, 삼계탕과 곁들인 고추랑 마늘은 색감이 훌륭하고 풍성했다. 게다가 함께 나오는 인삼주는 서비스란다. 안 먹어봐도 이미 맛있다!


땀을 흘려가며 삼계탕 한 뚝배기를 거의 다 먹을 무렵, 시키지 않아도 빈 접시에 풋고추를 채워주고 간다. 역시 맛집! 음식값을 계산하고 나오는데, 돈을 쓰고도 돈을 번 느낌이다.


오늘 함께 식사한 친정엄마도 몸보신했다며 흡족해하신다. '또 누구랑 같이 올까?' 역시 맛집은 자꾸 여러 사람이랑 함께 오고 싶게 만든다.


사람은 자기에게 위로가 되었던 방법대로 남을 위로해주는 것 같다. 어린 시절 엄마가 일을 나가시면, 남동생들 밥까지 챙겨가며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어쩌다 한 번씩 이웃집에서 동생들이랑 먹으라며 주시는 음식은 깜짝 선물과 같았다. 내게 큰 기쁨과 위로가 되었던 모양이다.


"요즘 힘들지. 우리 밥 먹자" 나는 오늘도 사랑하는 이들에게 맛있는 위로를 건네 본다.


생마늘을 팍팍 넣어서 먹으면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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