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버즈는 세탁기에 몇번까지 돌려도 될까?

100일 글쓰기(곰사람 프로젝트)-19일 차

by 은혜

아들이 3년 전, 첫 월급 받은 기념으로 갤럭시 버즈를 선물해 주었다. 저가형 이어폰으로 듣다가 버즈를 사용하니, 무엇보다 착용감이 좋았다.


나는 평소 물건을 잘 잃어버린다. 우산은 들고나가면 집에 빈손으로 들어오는 것이 예삿일이다. 그래서 허접한 우산만 들고 다니는 나한테 버즈는 과분하게 느껴졌다.


하루는 2호선 사당역에서 전철을 타는데, 버즈가 귀속에서 탈출해서 전철 선로 위로 톡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사이에, 문은 닫히고 전철은 출발하기 시작했다.


"2호선 사당역 역무실에 전화해서 아까 전철 탄 자리 번호 알려주고, 이어폰 흘린 거 찾아달라고 얘기해 봐요 "


이 장면을 옆에서 모두 목격한 어르신이 친절하게 알려 주신다. 나는 감사함을 전하고 전철에서 내려 2호선 사당역 역무실에 분실물 신고를 했다.


속상한 마음에 신고를 하긴 했지만, 큰 기대는 없었다. 다음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사당역 역무실에

확인 전화를 걸었다.


"검은색 이어폰이죠? 사당역 역무실로 신분증 들고 찾으러 오세요"

세상에, 역무실에 있단다! 밤마다 선로 청소 하시는 분이 찾아놓으셨단다.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했다.


'전철이 다니는 선로에서 하룻밤을 보낸 버즈는 상태가 괜찮을까?'

긴장되는 마음으로 테스트를 시도했다. "오, 잘 들린다!" 정말, 대한민국 만세다!


그렇게 힘겹게 돌아온 버즈에게 시련은 또 있었다. 내가 바지 주머니에 버즈 이어폰만 넣어 놓은 걸 잊은 채 세탁기에 세제를 넣고 돌렸다. 빨래를 널다가 바지 주머니에서 나온 버즈를 보고 기겁을 했다.


'아들한테 사실대로 말할까, 그냥 아들 몰래 새로 하나 살까' 혼자 며칠을 고민했다. 설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버즈를 슬며시 귀에 꽂았다. "어,된다 된다!" 버즈는 또 기사회생을 했다.


이 기쁨을 도저히 참을 길이 없어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알아, 나도 지난번 아들 옷 주머니에 있는 거 모르고 세탁기 돌렸는데 잘되더라"


이미 유경험자인 친구는 별일 아니란 듯 얘기한다. 유유상종, 역시 내 친구답다.


그 뒤로 국에 빠뜨려도 버즈는 아직까지 그 질긴 생명력을 잘 유지하고 있다. 우리 나라 기술력이 정말 대단하구나! 새삼 자부심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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