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곰사람 프로젝트)-36일 차
"엄마 또 방귀 뀌었어?"
딸은 질색 팔색을 한다.
"그럼 엄마가 방귀 못 뀌어서 가스 차서 죽었으면 좋겠어?"
나는 뻔뻔스러울만치 당당하다. 뭐든 기세가 중요하다.
"아휴 사람이 뭐 그렇게 극단적이야"
딸이 꼬리를 내린다.
어느 날,
딸이랑 함께 집 앞을 외출했다.
"엄마 밖에서 방귀 뀌지 마"
"사람들이 아무도 없잖아"
"그래도 뀌지 마, 창피하니깐"
딸은 저만큼 떨어져서 걸어간다.
또 어느 날,
집 앞 산에 딸이랑 가벼운 등산을 갔다.
"엄마 산속에서 방귀 뀌지 마. 자연에다 그러고 싶어?"
"야! 그럼 집에서 방귀 뀌면 비위생적이라고 그러고,
밖에서 방귀 뀌면 교양 없다고 그러고,
산에서 방귀 뀌면 자연한테 왜 그러냐 그러고,
그럼 도대체 나는 어디서 방귀를 맘껏 뀌냐 엉?
네가 한번 일부러 방귀를 뀌어봐라! 그게 일부러 그렇게 할 수 있나.
나오는 방귀를 어쩌라고"
나는 그동안 받았던 방귀 구박에 울분을 토해냈다.
그리고 얼마 후,
아파트 안을 딸과 걷는데
우리 앞에 중년의 남자가 방귀를 뀌며 걸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한걸음, 걸음마다 삐용 뿍..
또 삐용 뿍..
조심스럽다 못해 참 옹졸한 방귀 소리다.
차라리 한방에 빵! 하고 시원하게 끝내고 말 것을!!
뒤에서 계속 따라가는데, 더는 못 참겠다.
"아.. 너무하네 진짜. 엄마도 저렇게 사람이 추해 보였니?"
"엉! 아주 똑같아. 어때? 이제 내 기분이 이해돼?
엄마, 오늘 앞에 가는 아저씨한테 제대로 거울치료 당했어"
나는 괄약근 조절이 힘든 동년배로 보이는 남성분께 제대로 거울치료를 받았다. 익명의 아파트 이웃분께 감사함을 전한다. 앞으로 최대한 들키지 않도록, 배려하며 방귀를 잘 뀌도록 노력해야겠다.
*거울치료 : 자신과 동일한 행동을 하는 상대방을 보며 반성하는 행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