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곰사람 프로젝트)- 33일 차
달리고 있을 때 어떤 일을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은 대체로 오랜 시간을 달려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깊이 생각에 잠기곤 한다. 글쎄, 도대체 나는 달리면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하고 솔직히 말해서 내가 이제까지 달리면서 무엇을 생각해 왔는지, 제대로 생각이 나지 않는다.
확실히 추운 날에는 어느 정도 추위에 대해 생각한다. 더운 날에는 어느 정도 더위에 대해 생각한다. 슬플 때는 어느 정도 슬픔에 대해 생각한다. 즐거울 때는 어는 정도 즐거움에 대해 생각한다. 앞에서도 썼듯이, 예전에 일어났던 사건을 두서없이 떠올릴 때도 있다. 때때로(그런 것은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소설의 괜찮은 아이디어가 문득 머릿속에 떠오를 때도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제대로 된 것은 거의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실존주의 상담기법 중 '지금-여기' 현재에 초점을 맞추고 집중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실존주의 상담은 지금-여기의 자기 자신을 신뢰하도록 치료하는 상담접근법이다. 그냥 오늘을 살자!
100일 글쓰기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좀 지났다. 그냥 생각의 흐름대로 매일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우선 100일을 다 채워봐야겠다'는 생각만 한다. 그다음은 100일 후, 그때 가서 생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