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곰사람 프로젝트)-37일 차
나는 어제 저녁에 요단강을 건널뻔했다.
집 앞 빙판길에서 뒤로 벌렁 넘어지며 그대로 머리를 땅에 내리쳤다.
탕! 제법 크고 요란한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괜찮아요? 일어나 앉을 수 있겠어요? "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천천히 일어나 길바닥에 앉았다. 머리가 멍하고 뒤통수가 욱신거렸다.
정말 짧은 찰나의 순간인데 수만 가지의 생각이 지나갔다.
"설마 뇌를 다친 건 아니겠지"
"좀 더 조심할걸"
"오늘 밖에 안 나올걸"
"이 길로 안 지나갈걸"
얼마 전 뒤로 넘어지셔서 뇌출혈인 지인도 생각나고,
아들, 딸 얼굴도 떠오르고, 친정 엄마 얼굴도 지나가고,
뭔가 서럽고, 계속 뒤통수는 욱신거리고,
한 번에 많은 생각과 복잡한 감정들이 떡이 되어 가슴을 짓누른다.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는 주위 분들께 "괜찮은 것 같아요"
인사를 드리고 그 자리를 떴다. 집 앞 병원에 문의하니, 뇌 CT촬영이 가능하단다.
날은 춥고 점점 어두워지고 어디로 가서 검사를 해야 하나 심난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병원에 도착 후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진료실의 의사 앞에 앉았다.
"뒤로 넘어지셔서 뇌 CT 촬영이 하고 싶다고요? 근데 실비처리가 어려워요.
요즘 의료정책이 바뀌어서 저희도 참 힘듭니다... (계속 설명)..."
"해주세요. 뇌 CT 검사"
"비용이 좀 듭니다. ... (또 계속 설명)..."
"비용이 들어도 괜찮아요. 그냥 검사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방금 요단강을 건널 뻔 한 내가 지금 돈이 무서워 검사를 못하겠는가?
그렇게 뇌 CT 검사를 하고 다시 진료실에 들어가 의사 앞에 앉았다.
"다행히 출혈이나, 골절은 없어 보입니다. 그래도 후 출혈이라는 게 있어서 일주일 동안 잘 지켜보세요 구토를 하거나,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바로 병원 오셔야 해요"
"당장은 큰 이상이 없다니 감사하네요.. 일주일 동안 잘 지켜볼게요"
오늘 일을 겪으며 사람의 생사가 참 한 순간이라는 것을 느꼈다.
곧 그렇게 갖고 싶던 까*** 팔찌를 사러 가야겠다. 죽기 전에 꼭 사리라.
나는 아직 못해본 게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