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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단벌신사인 이유

100일 글쓰기 (곰사람 프로젝트)-39일 차

by 은혜

내 주변 사람들은 기초생활 수급자부터 부유층까지 다양하고 역동적이다. 나는 오랜 세월 부자의 삶과 가난한 삶의 차이를 가까이서 지켜보게 되었다.


하루는 낡고 좁은 아파트에서 암투병비 천만원를 함께 걱정해 주고, 그다음 날은 점심 한 끼 비용이 천만 원인 호텔 모임에 초대되어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다.


단 하루 차이로 극단적인 자본주의 빈부의 격차를 아주 신랄하게 경험한 것이다.

왜 그들은 부자일까? 나도 궁금하다. 내가 가까이서 지켜본 부자들은 대체로 부지런하고 자기 관리에 철저했다. 그리고 집을 깨끗이 유지한다는 공통점도 있었다. 거기에 시기적절한 운도 따라주었다


부자들은 가진 것을 쉽게 오픈하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있는 것도 감춘다. 자신이 가진 많은 것들을 세상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함이다.


SNS등에 자신이 가진 것을 자랑한다면, 아마도 찐부자가 아닐 확률이 높다. 아직은 세상으로부터 지켜내야 할 것보다, 얻어 내고 싶은 게 더 많은 사람일지 모른다.


사생활 보호를 중시해서 SNS등은 거의 하지 않는 것 같다. 좋은 곳에 여행을 가거나 호텔, 맛집 등을 가면 사진 찍어 올리기 바쁜 모습들과 상반된다.


좋은 곳, 좋은 음식점 다니는 것이 그저 일상이기에 굳이 사진 찍을 생각조차 안 하는 것 같았다. 특별한 일 이 아니니까!


사업으로 자수성가한 아주버님은 거의 단벌 신사에 가깝다. 항상 세탁과 다림질이 잘된 정갈한 옷 차림새의 검소한 모습이다. 단지 남자라서 패션에 관심이 없는 줄 알았다.


이젠 나도 안다. 자신이 부자라는 것을 잘 알기에, 굳이 부자로 보이기 위해 돈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탈 때는 꼭 비즈니스석에 타는 등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써야 할 곳에는 아낌없이 쓰기도 한다.


사회초년생 아들이 자신을 위한 선물로 명품 지갑이나 시계를 사고 싶단다. 자기가 번돈으로 살 테니 잔소리는 넣어두시란다.


"아들아, 큰아빠가 왜 같은 옷을 계속 입는지 알아? 옷 살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나도 큰 아빠가 왜 그런지 궁금해"

"자신이 부자인걸 잘 알기에, 굳이 부자로 보이기 위해 돈 쓸 필요를 못 느껴서"

"아.....! 나는 부자가 되려면 한참 멀었구나"

며칠 후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 사고 싶다던 명품은 샀어?"

"아니! 나, 돈 모아서 집부터 살 거야"


그나마 말귀라도 잘 알아들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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