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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 않은 척

100일 글쓰기(곰사람 프로젝트)-40일 차

by 은혜


사람에게는 저마다 ‘특히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이 있는데 인지하든 못 하든 약점이거나 상처일 것이다. 과하게 자신감 넘치거나 공격적인 것조차 아무렇지 않은 척의 과장이다.


이들에게 타인과 세상은, 상처를 입어 피 흘리는 짐승을 발견하면 놓치지 않고 물어뜯는 하이에나 같다. 상처 입은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면 보호받을 수 있을 거라고 결코 믿지 않는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 상처를 감추기 위해서라고 함부로 말하지 말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살기 위해서다. “상처 입은 나는 단단한 껍데기 속에서 안전하다.”


<유선경 감정 어휘 中>




"사람이 진솔해야지"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가식, 위선, 자신을 포장하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경멸할 때도 있었다.


이런 나의 사고에 변화가 생긴 계기가 있었다.

상담사 수련을 할 때, 어느 날 슈퍼바이저 선생님이 내게 물었다.


"왜 이렇게 까지 자신을 다 까서 내보이는 거죠?"

"솔직해야죠. 포장하는 건 진짜 내 모습이 아니잖아요"

"선생님은 '진짜 내 모습을 알면 사람들이 실망할 거야' 그래서 미리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처럼 보여요"


정곡을 제대로 찔린 느낌이었다. 괜스레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는 이렇게까지 다 까서 내보이는데,

상대방의 아무렇지 않은 척이 그동안 얄밉게 보였나 보다. 그래서 가식적인 사람라며 분노를 느꼈던 것 같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너무 꾸미지 않은 민낯인 것도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잖아요. 포장이 아니라 적절한 화장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그동안 너무 리얼한 모습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비로소 적절히 화장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예의를 갖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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