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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100일 글쓰기(곰사람 프로젝트)-41일 차

by 은혜

모 일간 신문에 존칭을 나타내는 선어말 어미 '-시-'가 잘못 쓰인 예들이 실린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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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임말에 쓰이는 선어말 어미 '-시-'는 원래 동사에 붙는다. '가세요, 오세요, 드세요, 말씀하세요, 누우세요, 걸으세요'처럼 주로 동작을 나타내는 동사에 붙여 그 주체를 높일 때 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형용사에 쓰는 것도 허용될 때가 있다. 이른바 간접 높임말을 쓸 때다. 가령 '피부가 깨끗하시네요', '눈이 높으시군요', '손주 보시니까 좋으시죠?' 등으로 쓸 때다.


하지만 가끔은 그 간접의 경계가 분명치 않아서 지나치다고 느껴질 때도 많다. 가령 '옳으신 말씀입니다', '이 요양 병원에는 연세 드신 분들이 많으십니다' 같은 표현이 제대로 높인 경우인지 아닌지 가리기가 쉽지 않다. 그렇더라도 앞에 열거한 문장들이 어색하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1.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

2. 할인이 적용되었습니다.

3. 탈의실은 이쪽이에요.

4. 모두 5천 원입니다.

5. 이벤트는 이미 마감되었습니다.

6. 포장해 가실 건가요?

7. 음료는 품절되었네요.

8. 사이즈가 없는데 어떡하죠?

9. 빨대는 뒤편에 있습니다.

10.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11. 이 제품이 더 좋은데요.


당연히 이렇게 써야 맞는다. 아마 말은 달리 해도 문장으로 적어 놓으면 어색한 표현이라는 걸 누구나 금방 알 수 있으리라. 그런데도 이렇게 잘못된 높임말을 많이 쓰는 이유는 뭘까?


그만큼 이 사회에 감정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 강도 또한 세졌다는 뜻이 아닐까? 그러나 아무 데나 '-시-'를 붙여 쓰는 건 일종의 비야냥거림이자 비명인지도 모르겠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정선>




*저의 소중한 독자님들께,

100일 글쓰기 41일 차, 책을 인용하는 꾀를 부렸습니다. 오늘은 마음에 생채기가 나서 글이 써지지 않네요. 며칠 전 빙판길에 머리를 내리치고도 '낙상'이라는 글감으로 썼던 것과 비교되지요.

저는 마음의 생채기가 더 타격감이 큰 사람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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