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미성숙한 어른아이일 뿐
"나는 효녀인 줄 알았다"
엄마가 안쓰러웠다.
늘 고생만 하셨고, 웃는 날보다 우시는 날이 더 많았다.
나는 그런 엄마가 짠했고, 그래서 더 잘해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효녀라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으로 전자책
'엄마도 딸이란다' 썼다.
엄마의 삶을 기록하고, 이해하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 책은 엄마와 감정적으로 분리되지 못한,
미분화된 상태에서 쓴 이야기였다.”
나는 엄마의 인생을 내 삶처럼 끌어안고 있었고,
글을 쓰는 내내 감정에 휘말려 있었다.
“나는 효녀가 아니라,
엄마와 지나치게 융합된 미성숙한 딸이었다.”
그런 자각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 자각이,
〈엄마도 딸이란다〉 개정판을 다시 쓰게 된 이유다.
전자책을 쓰고 나서야 진짜 변화가 시작됐다.
글을 쓰는 동안보다,
그 글을 마주한 나 자신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
훨씬 더 깊은 치유를 만들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도
나는 여전히 ‘엄마의 딸’로 살고 있었다.
남편과 아이 사이에서 자꾸 서운하고 짜증이 났고,
가족이 내 편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내가 아직도, 엄마에게서 분리되지 못한 걸까?”
가족상담을 공부하며 처음 들었던 개념,
"감정적 분화"
부모를 사랑하면서도
나의 감정과 인생을 따로 세우는 것.
그게 성숙한 어른이 되어간다는 의미였다.
지금 나는,
엄마의 삶을 한 사람의 인생으로 존중하면서
내 삶을 지켜내는 적당한 거리를 연습하고 있다.
남편과 자녀 역시,
내가 책임져야 할 무게가 아니라
존중해야 할 한 사람의 삶이라는 걸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는 딸에게,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아내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모녀 관계를 회고하는 책은 많지만,
지금 내 가족을 회복하는 책은 이 책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