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우울하단다. 그런데 왜 내가 더 무너지지?”
“엄마, 나 요즘 너무 우울해.”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입 안에 밥이 있는지도 몰랐다.
젓가락은 멈췄고, 심장은 내려앉았다.
딸은 조용히 방으로 들어갔고,
나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날 이후로
나는 딸의 기상청이 되었다.
오늘은 표정이 흐림인가?
문 닫는 소리는 강풍주의보고,
숨소리가 무거우면
감정 미세먼지 주의보.
밥을 차려놓고 불러도 안 나오면,
“그래, 입맛 없겠지…” 하며 조용히 치운다.
화장실 가는 발소리만 들려도
괜히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딸이 방에서 나올 때마다
나는 자동으로 스캔 모드다.
표정은 어떤가, 눈빛은 괜찮은가,
‘내가 뭘 또 잘못했나?’
감정이 건드려질까 봐,
말 한마디도 조심스러워진다.
그런데 말이야.
아쉬운 거 없이 다 해줬거든.
진짜.
학원도 끊어준 적 없고,
용돈도 알아서 챙겨주고,
친구 관계며 진로며 말 안 섞으려 꽤 노력했어.
근데 왜?
왜 우울하다는 걸까?
내가 부족한 엄마인가?
그 질문이 자꾸 머릿속을 떠돌았다.
딸이 우울하다고 말했을 뿐인데,
나는 매일 무너졌다.
혼자 예민하고,
혼자 죄책감 들고,
혼자 눈치 보며 스스로를 몰아세웠다.
근데 웃긴 건—
딸한텐 아무 말도 못 한다.
왜냐고?
딸이 나보다 더 힘들어 보이니까.
나는 늘 그런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