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배우는 인문학

소소한 자연현상에 우리 삶이 투영되다.

by 문종필

주변을 태워버리는 식물 vs 주변을 덮어버리는 식물



종족번식은 모든 생물의 본능이다. 어떤 종은 종족 번식을 위해 스스로를 자양분으로 제공하고 어떤 종족은 포유를 하며 어떤 종은 번식만 하고 각자 생존이다. 특히 식물은 뿌리를 내리면 움직일 수 없는 특징 때문에 다양한 번식과 종자를 퍼뜨리는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 같다.


그 중, 시스투스라는 꽃은 종족 번식을 위해 스스로 뿐만 아니라 주변까지 다 불태워버리는 파격적인 방법으로 번식을 한다. 주변의 모든 것이 재가 되어버리면 광합성을 해야 하는 식물로서 그늘이 없어지기 때문에 매우 생존에 유리하다. 시스투스의 씨앗은 열에 대한 내성이 있어 다른 식물이 타서 재가될 때 홀로 뿌리를 내려 다른 식물들이 타버려 사라진 자리에서 온전히 태양빛을 받으며 광합성하고 태워버린 주변의 재를 자양분으로 잘 자란다. 시스투스는 스스로 발화하는 인화성 오일을 분비하는데 발화온도가 35도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주변을 태워버릴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떻게 이렇게 진화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인간이나 유인원만이 불을 이용할 줄 아는줄 알았는데, 식물이 불을 이용하여 다소 과격한 방법으로 종족번식을 하는 모습은 시스투스가 뇌가 있는 식물이 아닌가 라는 의심이 든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칡넝굴과 일명 환삼넝쿨이라 불리는 식물은 주변 나무와 다른 식물 등을 엄청난 성장속도로 덮으면서 성장한다. 이런 식물에 점령당한 나무는 결국 질식해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다가 고사하기도 하고 주변 미관을 심각하게 훼손하기도 한다.

특히 환삼넝쿨은 지나는 사람의 다리를 잔털가시가 많은 줄기를 이용해 많은 피해를 준다.

환삼넝쿨이 점령한 곳은 마찬가지로 다른 식물들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번식이되었든, 생존이 되었든 살아남는 방법 중에 상생이 아닌 경쟁을 선택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더불어 사는 세상, 평등한 세상, 공정한 세상 우리는 이런말과 이런 이념이 가치있고 지켜가야 하는 우리의 미덕이라고 생각한며 교육받았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평등한 것은 나한테는 당연한 것이고 상대라는 비교 대상이 생기기 시작하면 차별을 원한다.

평등을 이야기 하면서 입시를 위한 경쟁을 하며, 공정을 이야기 하면서 나에게는 다른 혜택이 주어지길 바란다. 예전에 핸드폰이 귀하던 시절에 핸드폰이 없는 사람들 앞에서 핸드폰을 사용할 때 바라보는 시선을 은근히 즐긴적도 있고, 값비싼 외제차를 타는 사람이 일반적인 차량을 소유한 사람 대비 후차감(차에서 내릴 때 느끼는 심리적 우월감)이라는 좋다고 이야기 하며 상대적 만족감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주변을 태워버리는 식물과 주변을 덮어버리는 식물처럼 상대적 우위라고 생각될 때 만족감과 행복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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