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음과 그침[10]- 골프와 리스크관리 포인트 5

질풍을 견뎌낸 억센 풀이 되어라

by 나승복

필자의 지인들 중 3,4인은 일관되게 70대 초중반을 친다. 코스가 어려워도, 날씨가 좋지 않아도, 동반자가 바뀌어도, 스코어에 변함이 없다. 그렇다고 힘 들여 세게 치거나 호기를 부리는 일도 보이지 않는다. 라운드 후 현재의 골프수준에 이르게 된 과정과 비결을 물었다. 골프의 기본을 다지라는 고수들의 충고와 대부분 일치하였으나, 특이한 점이 있었다. 어려운 코스나 상황을 워낙 많이 겪어서, 어지간한 정도는 별다른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안정감이 떨어졌으나,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난 뒤에는 일관성을 유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안정된 동작과 강인한 맨털에 다양한 필드경험이 조화를 이룬 것이었다.


[아시아나CC 동코스 6, 4번홀, 2020. 8.(필자 촬영)]


동한(東漢)의 부흥에 공을 세운 왕패(王霸)의 고사는 군신관계에 기초한 것이기는 하나 위기관리능력이 출중한 골퍼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중국 신(新)나라 말기에 왕망(王莽)의 가혹한 과세, 엄격한 법령, 과중한 요역으로 사회가 매우 혼란스러웠다. 서기 17년 전국에서 민란이 일어났을 때, 서한(西漢)의 황족인 유수(劉秀)가 민란에 참여하면서 한왕조의 부흥을 꾀하였다. 왕패와 그 부하들은 유수를 추종하여 그가 거느리는 민란군에 참여했으며, 여러 전투에서 큰 전과를 올렸다. 그러던 중, 왕패의 부친이 노환으로 위중하게 되자, 그는 유수의 민란군에서 나와 부친을 돌봤다. 그후, 유수가 왕패의 고향을 지날 때 왕패의 집에 들른 일이 있었다. 왕패는 매우 감동하여 부친의 허락을 받고 다시 유수의 민란군에 합류했다. 그후, 유수를 추종하던 수십 명의 민란군들이 이탈하였으나, 왕패는 변함 없이 충성을 다해 유수와 함께 했다. 유수는 왕패의 충성스런 모습을 보고 감격하며 “거센 바람이 불 때 억센 풀을 알 수 있다(疾風知勁草)는 말이 있는데, 바로 지금의 상황을 이르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유수는 하북(河北)에서 적극적으로 세력을 확대하며 최대 세력으로 부상하였다. 서기 25년, 유수는 민란군의 힘을 바탕으로 신나라를 멸망시킨 후 동한(東漢) 광무제(光武帝)로 즉위하였다.(주석 1) 유수는 거센 바람과 같은 위기상황을 통해서 엑센 풀과 같은 왕패의 충성심을 간파할 수 있었다.


위 고사(故事)가 골퍼에게 주는 가르침은 유수가 왕패에게 한 말에서 나온다. 즉, 거센 바람이 불 때에 억센 풀을 알 수 있다(疾風知勁草)는 것이다. 유수가 왕조부흥과정에서 겪은 위기상황과 그 과정에서 왕패가 보여준 충성심 사이의 관계, 그리고 어려운 라운드상황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골퍼간의 관계는 서로 일치하지는 않다. 하지만, 거센 바람((疾風)과 억센 풀(勁草)이라는 은유는 두 관계가 서로 통하도록 이어준다. 억센 풀이 거센 바람을 만났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하듯이, 골퍼가 대부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면 아마추어 골퍼임에도 프로 수준에 근접했다고 할 수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거센 바람을 자주 경험한다. 거센 바람을 견뎌내는 억센 풀들을 보기도 한다. 모진 시련을 통하여 강인하게 되었고, 어떠한 위기도 당당하고 지혜롭게 돌파한 사람들이다. 질풍(疾風) 속에서 억센 풀(勁草)의 진가를 보여주는 마스터들이다.



문헌

✔ 반고(班固) : 32~92, 동한의 역사가

✔ 동관한기(東觀漢記) : 반고 등이 동한의 역사를 편찬한 사서(史書)

주석

1)清林劍客聊古代名將系列(2020.12.13.),疾風知勁草,東漢開國大將王霸霸氣人生,百度,https://baijiahao.baidu.com/s?id=1685975193144646409&wfr=spider&for=pc

한자

✔ 疾風知勁草 – 班固, 東觀漢記

[질풍지경초 – 반고, 동관한기]

거센 바람이 불 때 억센 풀을 알아볼 수 있다.

✔ 疾: 빠를 질, 勁: 단단할 경


다음 호부터는 “그 사람의 골프는 그의 세계다”에 관해 6~7토픽을 쓰고자 하며, 그 요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


그 사람의 골프는 그의 세계다.
즐거움과 강인함 속에서 고상한 품격을 지향하라. 족함과 그침을 깨우쳐라.
선행을 하면 불운을 피할 수 있다.
오늘의 매너는 내일의 얼굴이다.
공자와 맹자, 노자와 장자가 큰 가르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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