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프로는 2020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투어대회에서 공이 떨어져 실격되었고, K프로는 2009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대회에서 공이 떨어졌으나 간신히 구하여 실격을 면한 일이 있었다.
투어 프로대회는 ‘모델과 색깔이 같은 공’으로 경기를 해야 하는 규정(one ball rule)을 채택하는데, 투어 프로들은 한 라운드에 3~6개 정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투어 프로가 예상 밖 경기 난조로 준비한 공을 모두 잃어버려 실격하게 될 경우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투어 프로가 경기중 공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을 경우 티샷 직전의 육중한 압박은 얼마나 크게 다가오겠는가?
두 사례에 대하여 관련 기사(김경수, http://m.dnews.co.kr/m_home/view.jsp?idxno=202011101711230210413, 2020.11.10, 대한경제; 주영로, https://www.donga.com/news/Sports/article/all/20090531/8738491/1https://news.heraldcorp.com/sports/view.php?ud=201906210856051055423_1. 2009.5.31, 동아일보)를 바탕으로 그 자초지종과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살펴본다.
L프로는 2020년 11월 파주 소재 서원밸리GC에서 열린 KPGA 투어 LG시그너처 플레이어스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공 6개로 경기를 시작했다. 그는 9번홀을 마칠 때 6오버파를 치면서 가져온 공이 모두 떨어졌다.
이 경우 선수나 캐디가 10분 내에 클럽하우스에 가서 같은 종류의 공을 사오거나 라커룸에 둔 여분의 공을 가져와서 진행하면 지연플레이로 1벌타만 받고 실격을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L프로는 기권을 택하여 실격되었다.
[Oak Quarry GC, L.A. 미국, 2016. 2.(필자 촬영)]
한편, K프로는 투어 대회 중 공이 떨어졌으나 간신히 갤러리로부터 공을 구하여 실격을 면했다.
K프로는 2009년 5월 용인 레이크사이드CC에서 열린 KLPGA 투어 힐스테이트서경오픈 1라운드에서 준비한 4개의 공을 모두 잃어버렸다. K프로는 4번 홀에서 OB를 내면서 공을 잃어버렸고, 후반 두 개 홀에서 티 샷한 공을 물에 빠뜨리면서 두 개를 더 잃어버렸다. 마지막 한 개 남은 공으로 경기를 하던 중 16번 홀에서 티샷한 공마저 물에 빠뜨리게 되었다.
K프로는 초조한 마음으로 동반 선수와 앞뒤 팀 선수들에게 동종의 공을 구했으나 구하지 못했다. 마침 갤러리 중 한 명이 여러 개의 공을 가지고 있었는데, 다행히 그 중 하나가 같은 종류였다. 그 공은 다 헐어서 커버가 벗겨진 것이었지만 감지덕지했다. 위 갤러리로부터 공을 구해 간신히 실격을 면했다.
K프로는 경기를 마친 후 도움을 준 갤러리에게 감사의 답례로 골프공 한 박스를 선물했다고 한다. 1라운드에서 7오버파로 경기를 마쳤으나 2라운드에서 스코어를 만회하여 3라운드에 진출했다.
투어프로가 대회 중에 공이 바닥나 실격을 당하거나 하나밖에 남지않아실격 위기에 처했을 때 그 심정은 어떠할지 어렵사리 짐작이 간다.
중국의 역사서인 좌전(左傳)에 "편안할 때 위기를 생각하고, 생각하면 대비해야 하며, 대비하면 후환이 없다(居安思危,思則有備,有備無患 / 거안사위, 사즉유비, 유비무환)." 라는 경구가 있다.
투어프로가 캐디에 대한 배려나 통상의 경기 상태를 고려하여 소수의 공을 준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좌전의 위 가르침에 따라 뜻밖의 경기 난조로 공이 떨어질 수 있다는 만일의 상황을 생각하여 사전에 치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