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프로는 2021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 대회에서 스코어를 잘못 적어 실격되었고, 더그 샌더스(미국)는 1966년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 대회에서 스코어 카드에 이름을 적지 않아 실격된 일이 있었다.
사소한 실수로 그 동안 혼신을 다해 준비한 대회 중에 짐을 싸야 하다니 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투어프로가 스코어 카드를 제대로 기재하는 것이 아주 가벼운 것처럼 보이나 좋은 스코어를 얻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리라.
두 사례에 대하여 관련 기사(주미희, http://www.golfdige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7844, 2021.5.14, 골프다이제스트; 조희찬, https://www.hankyung.com/golf/article/2018090956941, 2018.9.9, 한국경제)를 바탕으로 그 자초지종을 살펴본다.
L프로는 2021년 5월 수원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를 쳤으나 뜻밖의 사정으로 실격되었다.
골프규칙에 따르면, 스트로크 경기에서 플레이어는 홀 스코어를 확인하고 서명 후 스코어 카드를 제출해야 하는데, 실제 스코어보다 낮은 스코어를 제출한 경우에는 실격되고, 높은 스코어를 제출한 경우에는 그대로 인정된다.
그런데 L프로는 이날 9번홀에서 파, 18번홀에서 버디를 기록했으나, 9번홀과 18번홀의 스코어를 바꿔 적는 바람에 스코어 기재 규정에 위반했다. 버디를 파로 쓴 것은 그대로 인정되지만, 파를 버디로 쓴 부분으로 인하여 실격되었던 것이다.
[탄손낫GC, 하노이, 베트남, 2019. 8.(필자 촬영)]
한편, PGA 투어대회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딱한 일이 있었다.
PGA 투어 20승의 샌더스(미국)는 1966년 펜사콜라오픈 2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며 연속 우승을 향해 순항 중이었다.
그는 몰려드는 갤러리들의 사인 요청에 일일이 응하다가 스코어 카드에 자신의 이름을 적는 것을 깜박한 것이다. 만족스런 스코어를 기록하고도 이름을 적지 않은 중대 실수로 실격 당한 것이다.
샌더스는 1라운드에서 9타를 줄인 데다 2라운드에서도 5언더파 67타를 기록하여 타이틀 방어를 앞두고 있어서 아쉬움은 더욱 컸다.
플레이어가 고도의 긴장이 지속되는 대회에서 라운드를 하다 보니 자칫 순간적 부주의으로 스코어를 잘못 기재하거나 스코어 카드에 이름을 서명하지 않을 수 있다.
2023년부터 적용되는 개정 골프규칙에 의하면, 스코어 등의 사항은 디지털화함에 따라 이에 관한 책임은 플레이어가 아닌 주최 측(또는 마커)이 부담하게 되므로, 플레이어가 스코어 카드에 서명하지 않았다고 하여 실격되지 않고 마지막 홀에 2벌타를 추가하는 로컬룰 모델 L-1이 도입되었는데, 대회 주최 측이 이 로컬룰 모델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청나라의 역사를 다룬 청사고(淸史稿)에 “조금도 해이함이 없이 끝까지 신중함을 견지한다(堅持不懈 / 견지불해).”라는 경구가 있는데, 골프규정의 개정 여부를 떠나 위 두 사례에 대하여 전하는 충고가 크게 와 닿는다.
주말골퍼들은 파를 0로, 보기를 1, 더블보기를 2로 기재하는 방식으로 프린트된 스코어 카드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말골퍼가 직접 자신의 스코어 카드를 적어본다면 더 집중하는 라운드를 체험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