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로레나오초아 인비테인셔널에서 투어프로들을 태운 셔틀버스가 뒤늦게 골프장에 도착한 일이 있었다.
주말골퍼도 뜻밖의 교통체증으로 차 안에서 속을 태운 경험이 있는데, 투어프로대회에서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으니 버스 안의 프로들은 얼마나 불안하고 초조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위 셔틀버스의 늑장도착사고에 관련된 기사(Michael Collins, https://www.espn.com.au/golf/story/_/id/14131129/lpga-tour-pushes-tee-s-back-shuttle-driving-players-gets-lost, 2015.11.15, ESPN; https://www.reuters.com/article/golf-lpga-idINL3N13A01W20151115, 2015.11.15, Reuters)를 바탕으로 그 자초지종을 살펴본다.
이민지(호주),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앤젤라 스탠포드(미국)는 2015년 11월 멕시코시티 멕시코골프클럽에서 열린 위 프로대회 3라운드에 참가하기 위하여 예정대로 오전 9시 30분 주최측이 제공한 셔틀버스를 탔다.
그러나, 위 셔틀버스가 출발한 후 뜻밖의 도로폐쇄로 특수차량만 통행할 수 있는 길을 거쳐 골프장에 가다 보니 통상 15분 정도면 갈 거리를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위와 같이 셔틀버스가 늦게 도착하자, 주최측은 위 4명의 선수들에 이어서 진행될 마지막 3조의 티업시각을 조정했다. 골프규칙에 의하면 투어프로가 티업시각보다 5분 늦게 도착할 경우 실격되나, 주최측은 예외적 상황을 이유로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Oak Quarry GC, LA, 미국, 2016. 2.(필자 촬영)]
스탠포드는 위 셔틀버스에 갇혀 있는 동안 수차례에 걸쳐 트위터로 자신의 초조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으며, 시간다는 교통체증이 너무 심해서 미칠 지경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토로했다.
시간다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그날 69타를 쳐서 최종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내기도 했으나, 나머지 3명은 모두 정상적인 샷을 하지 못하고 불만적스런 순위에 그치거나 컷오프 되기도 했다.
반면에, 다행히 정시에 골프장에 도착한 박인비는 그날 안정된 샷을 바탕으로 최종라운드에서 8언더파를 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투어대회의 3라운드는 여러 면에서 매우 중요한 징검다리인데, 뜻밖의 교통통제로 티업시각을 맞추지 못하는 동안 그 투어프로들은 얼마나 안절부절못했을까?
정시에 도착해도 수많은 변수로 인해 동작과 맨털이 요동치는 골프에서 이와 같은 비상상황이 돌발했으니 좋은 결과를 내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이러한 상황을 피하여 우승을 거머쥔 프로도 있었고, 이러한 난국을 돌파하여 준우승을 차지한 프로도 있었으며, 또한 불행하게 이러한 사태에 무너진 프로들도 있었다. 세 경우 중에서 두 번째 경우가 커다란 감동을 전한다.
송나라 때의 역사책인 자치통감(資治通鑑)에 “안정된 자세를 확보하고 강인한 정신력을 견지하여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다(堅定不移 / 견정불이).”라는 명구가 있는데, 시간다는 위 명구를 실행에 옮겨 최선의 목표를 달성해냈다고 할 수 있다.
주말골퍼들도 교통 체증, 의외의 날씨, 굴곡진 지형, 특이한 멤버 등 여러 뜻밖의 어려운 상황에 부딪치더라도 강인한 정신력을 견지하여 만족스런 결과를 일구었으면 한다.